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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붉은 산
된서리 쏟아진 아침
시루봉 정상頂上에
몇 잎 붉은 물 번지더니
무심히 방관傍觀하는 사이
온 산이 불타듯
단풍으로 점령占領되어 버렸다.
초록의 살밑에 초록인 듯
초록인 듯
한여름 숨어 살다가
때로는 초록보다 더 진한
진초록으로 위장僞裝하고 있다가
칼바람 하나 입에 물고
순식간에 온 산을 지배支配하는
빛의 반란反亂!
사람들은 알지 못하지.
단풍에 취해 넋을 잃고 살다 보면
겨울이 온다는 것을,
혹독酷毒한 눈보라가
온 산을 뒤덮는다는 것을.
2012. 1. 28
글
마티고개
속이 뻥 뚤려
시원하지?
물으면
버려진 길 더 야윈 고갯마루
목 길-어진
느티나무 꼭대기에
한사코 매달린 늦가을
저
기다림 하나…….
2011. 11. 10
글
永平寺
엄 기 창
바라밀경 한 소절이
구절초로 눈을 틔워
목탁木鐸 소리 한 울림에
한 송이씩 꽃을 피워
장군산
골짜기 가득
퍼져가는 저 범창梵唱 소리
2011.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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