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포의 새벽

시조 2010. 1. 15. 09:39

 

방포의 새벽


바람이 잠을 깨어 새벽 바다를 건너간다.

바람의 뒤꿈치에서 일어서는 파도소리

천 개의 물이랑마다 반짝이는 그믐달빛


혼곤한 꿈을 열고  파도 소리 들어와서

어지러운 꿈을 깨워 새 하루를 빚어놓네.

고요 속 누웠던 열기 술렁술렁 일렁이고.


나는 누구인가 바다에게 물어보니

일찍 깬 갈매기만 무어라고 지껄이네.

바다야 말 아니 해도 내가 누군지 보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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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시조 2010. 1. 10. 09:49

 

빈집


봄 햇살 사운대도 대문은 굳게 닫혀

울안에 혼자 사는 살구꽃 꽃가지만

아무도 보는 이 없이 목청 돋워 피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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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시조 2009. 12. 29. 06:10

 

빗소리


가을 산 단풍 숲을 빗소리가 씻고 있다.

선방 문 반 쯤 열고 老松 같은 노 여승이

빗소리 하나 둘 세며 마음을 비우고 있다.


비바람 쓸고 간 자리 남아있는 잎새처럼

한평생 다스려도 삭지 않는 질긴 번뇌

빗소리 날을 세워서 한 줄기씩 베고 있다.



2009.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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