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산 녹음

시/제3시집-춤바위 2008. 5. 23. 15:38
 

보문산 녹음



진녹색 함성이다.


그 함성에 몸을 담그면

나도 나무가 된다.


은행동에서 일어난 바람이

술래가 되어

나를 찾으러 왔다가


내쉬는 내 숨결에

초록빛이 떠돌아

두리번대다 돌아갔다.


보문산 녹음은 너무 커서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다.


산새소리 한 모금에도

귀를 열 줄 아는 사람은 

산그늘 속에 녹아 모두 녹음이 된다.


2008. 5. 23

e-백문학3(2020)

posted by 청라

고개

시/제3시집-춤바위 2008. 5. 16. 21:36

    고개


    장승은
    사람 목소리가 그리워
    고개 아래쪽으로 몸을 굽히고 있다.


    터널이 뚫린 뒤로
    인적 끊긴 성황당 고갯마루….


    돌탑에 담겨있던 소망들은
    장마 비에 씻기고,


    들리지 않는 소리에
    귀 기울이다
    성황나무는 귀가 다 달았다.


    야위어가는 길 따라
    추억이여
    너도 돌탑처럼 무너져 풀숲에 묻히겠지.


    2008. 5.16
posted by 청라

산사(山寺)

시/제3시집-춤바위 2008. 4. 30. 14:39
 

산사(山寺)



보리수나무 아래 여승이 하나

번뇌의 열매를 줍고 있다.


반쯤 열린
법당 문 사이로

만수향 향내 절마당을 덮으면


염불로 닦여지는 보리수 열매


번뇌의 때
한 겹씩 벗겨지고

탑은 함성으로 일어서고


여승의 얼굴

구름 걷힌 자리


햇살 가루 내어 뿌리듯

반짝이는

입가의 미소


2008. 4.30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