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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포의 새벽
바람이 잠을 깨어 새벽 바다를 건너간다.
바람의 뒤꿈치에서 일어서는 파도소리
천 개의 물이랑마다 반짝이는 그믐달빛
혼곤한 꿈을 열고 파도 소리 들어와서
어지러운 꿈을 깨워 새 하루를 빚어놓네.
고요 속 누웠던 열기 술렁술렁 일렁이고.
나는 누구인가 바다에게 물어보니
일찍 깬 갈매기만 무어라고 지껄이네.
바다야 말 아니 해도 내가 누군지 보았노라.
posted by 청라
글
빈집
봄 햇살 사운대도 대문은 굳게 닫혀
울안에 혼자 사는 살구꽃 꽃가지만
아무도 보는 이 없이 목청 돋워 피노라.
posted by 청라
글
빗소리
가을 산 단풍 숲을 빗소리가 씻고 있다.
선방 문 반 쯤 열고 老松 같은 노 여승이
빗소리 하나 둘 세며 마음을 비우고 있다.
비바람 쓸고 간 자리 남아있는 잎새처럼
한평생 다스려도 삭지 않는 질긴 번뇌
빗소리 날을 세워서 한 줄기씩 베고 있다.
2009. 11. 3
posted by 청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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