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m

시/제3시집-춤바위 2009. 10. 6. 08:37

3m

 

당신들의 그 새벽엔

하나님도 조상들도 아무도 없었다.

새벽 산책길, 3m 간격

그것이 삶과 죽음의 거리였다.

 

길 건너 도솔산이

부르는 대로

아내는 웃으며 도로로 들어서고

하늘이 무너지는 굉음과 함께

15m를 날아

아스팔트 바닥에 산산이 부서졌다.

 

너무도 맑아 바라보기도 아깝던

한 송이 짓이겨진 코스모스 꽃이여

피 묻은 향기는 하늘하늘 날아

먼 길을 가고

 

남은 사람의 앞길에

가로놓인

저 막막한 사막

 

새벽 산책길, 3m 간격

이승과 저승의 아득한 거리였다.

 

2009. 10. 6

 

 

posted by 청라

산이 되기 위해

시/제3시집-춤바위 2009. 9. 25. 22:07

산이 되기 위해

 

관음봉

꼭대기에 올랐다.

사랑, 미움 구름으로 날린다.

 

산 아래 마을에서

재어보던 그만큼

하늘은 더 높아졌지만

 

산 위에 다섯 자 반쯤

키를 보탰으면

입 다물고 산이 되어야지.

 

이름표를 떼고

장송 옆에 서서

내 마음 아궁이에 초록 불을 지핀다.


2009. 9. 25 

 

 

posted by 청라

여름 끝 무렵

시조 2009. 9. 12. 12:38
 

여름 끝 무렵


국화꽃 멍울 부품도

가슴 저린 일이어니

분주한 고추잠자리

이고 있는 하늘 가로

손 털고 일어나 가듯

미련 없이 가는 여름


 

잠 깬 바람 여울목에

쓸려가는 뭉게구름

흥 파한 계곡마다

돌 틈 가득 쌓인 공허

보내는 마음 허전해

눈시울 적셔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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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12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