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제삿날

시조 2009. 5. 31. 22:30

 

어머님 제삿날


까치소리 몇 소절이

살구나무 꽃눈을 쪼더니

해질녘 빈 가지에

두 세 송이 꽃등 밝혀

어머니 젖은 목소리

화향(花香)으로 오시다.


지방(紙榜)에 반가움 담아

병풍 아래 모셔놓고

살아생전 못 드시던

떡 과일 가득 차렸지만

향불이 다 사위도록

줄어들 줄 몰라라.


빛바랜 추억담을

갱물 말아 마시면서

벽 위에 걸려있는

초로 적 고운 사진

바라보고 또 바라봐도

돌아갈 수 없는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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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정

시/제3시집-춤바위 2009. 5. 17. 23:50

 

모정


포수의 번득이는

눈빛 아래서

아기 고라니 한 마리

무너졌다.


잦아드는 숨결

그 곁에서

피어날 진달래꽃은

사정없이 피었다.


메에에… 메에에…….

애잔한 울음 하나

핏빛 꽃길 따라 흘러갔다.


열두 발짝 산등성이

넘어 산그늘

어미 고라니도 죽어있었다.


창자 열 두 토막

끊어진 채로…….


2009.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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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2

시/제3시집-춤바위 2009. 2. 24. 19:47

 

독도 2


고국에서 불어온 바람결에

작은 씨앗 몇 개 묻어와

갯패랭이 땅채송화

붙안고 산다.


괭이갈매기도 한사코

모국어로 운다.


쓰시마 열도 휘돌아온

파도여!


두드리고 두드려서

온 몸 깎여 뼈만 남아도

멍 하나 지울 틈이 없다.


지킬 것이 많아서

나는 가라앉을 수 없다.



2009.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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