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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어머님 제삿날
까치소리 몇 소절이
살구나무 꽃눈을 쪼더니
해질녘 빈 가지에
두 세 송이 꽃등 밝혀
어머니 젖은 목소리
화향(花香)으로 오시다.
지방(紙榜)에 반가움 담아
병풍 아래 모셔놓고
살아생전 못 드시던
떡 과일 가득 차렸지만
향불이 다 사위도록
줄어들 줄 몰라라.
빛바랜 추억담을
갱물 말아 마시면서
벽 위에 걸려있는
초로 적 고운 사진
바라보고 또 바라봐도
돌아갈 수 없는 세월.
posted by 청라
글
모정
포수의 번득이는
눈빛 아래서
아기 고라니 한 마리
무너졌다.
잦아드는 숨결
그 곁에서
피어날 진달래꽃은
사정없이 피었다.
메에에… 메에에…….
애잔한 울음 하나
핏빛 꽃길 따라 흘러갔다.
열두 발짝 산등성이
넘어 산그늘
어미 고라니도 죽어있었다.
창자 열 두 토막
끊어진 채로…….
2009. 5. 17
posted by 청라
글
독도 2
고국에서 불어온 바람결에
작은 씨앗 몇 개 묻어와
갯패랭이 땅채송화
붙안고 산다.
괭이갈매기도 한사코
모국어로 운다.
쓰시마 열도 휘돌아온
파도여!
두드리고 두드려서
온 몸 깎여 뼈만 남아도
멍 하나 지울 틈이 없다.
지킬 것이 많아서
나는 가라앉을 수 없다.
2009. 2. 24
posted by 청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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