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산-봄

시조 2009. 12. 2. 11:44

보문산-봄

 

비 그치자 보문산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골안개 분칠하는 산기슭 따라 돌며

바람이 실가지마다 붉은 연지 찍고 있다.

 

회색빛 산색 속에 연초록이 묻어난다.

조용한 떨림으로 일어서는 소리들이

바위 틈, 낙엽 아래서 함성으로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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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편지

시조 2009. 11. 4. 16:38

가을 편지


 

구봉산 산행 길에

단풍잎 하나 따서

아내의 화장대에

몰래 올려 놓았다.

아내를 사랑한다는

내 가을 편지이다.

 

얼핏 연 책갈피에

내게 보낸 연서 한 장

곱게 말린 단풍잎에

배어있는 고운 정성

아내도 날 사랑한다는

홍조 어린 답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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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까치

시/제3시집-춤바위 2009. 10. 23. 09:16

아파트 까치

 

늦은 아침

아이들 놀이터 벚나무 위에서

까치가 요란스레 울고 있다.

 

아파트 문은 모두 닫혀있고

유치원도 못 갈 어린애 혼자 듣다가

모래만 뿌리고 심심해서 돌아갔다.

 

맑은 아침 햇살 물고 와

자랑스럽게 울고 있는 까치야

우리 마을엔 네 울음에

귀 기울이는 사람 아무도 없다.

 

생활에 쫓기는 도회지 사람들에겐

반가운 사람이란 아예 없는데

반가운 손님 온다고 아무리 울어봐라.

 

한나절 소식 전하다 지쳐

비둘기들 사이에 섞여 모이나 주워 먹다

자동차 경적에 놀라 비명처럼 쫓겨가는

 

비둘기의 날개 너머로

너무도 눈시린 가을…….

 

2009.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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