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끝 무렵

시조 2009. 9. 12. 12:38
 

여름 끝 무렵


국화꽃 멍울 부품도

가슴 저린 일이어니

분주한 고추잠자리

이고 있는 하늘 가로

손 털고 일어나 가듯

미련 없이 가는 여름


 

잠 깬 바람 여울목에

쓸려가는 뭉게구름

흥 파한 계곡마다

돌 틈 가득 쌓인 공허

보내는 마음 허전해

눈시울 적셔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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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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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 터에서

시/제3시집-춤바위 2009. 8. 30. 12:29
 

생가 터에서



안부가 궁금해서

안테나처럼

회초리 하나 쫑긋하게 내세운 밤나무


가지 끝에는

썩은 둥치의 부피만큼 머물렀던

내 잃어버린 어린 시절이

밤 잎으로 피어


그늘 속에

아버님 기침 소리

재주 있는 자식들 대처로 학교 못 보내

밤 내 콜록거리던 아버님의 각혈


육이오사변 통에 약 한 첩 못 써보고

자식 둘 먼저 보낸 

피멍 얼룽이는 어머님 눈물

한숨 얽어 베 짜는 소리


연실이만 보면

가슴 설레던

무지개 추억들은 다 지워지고


웃자란 콩 포기 아래 묻히다 남은

주춧돌에 걸터앉으면

한여름이 달궈놓은 알큰한 온기처럼

 오늘을 씻어주는

그믐 빛 따스한 추억  





2009. 8. 30


posted by 청라

소래포구

시/제3시집-춤바위 2009. 8. 12. 11:40

 

소래포구


        

물 빠진 진흙 뻘엔

뿌리까지 다 드러낸 작은 목선들이

오후의 햇살 아래 낮잠을 자고


포구를 가로질러

있는 듯 없는 듯

실처럼 가느다란 철교가 하나.


소금기 머금은 바람에

머리카락 휘날리며

오이도 가는 길을 걸으면


술 한 잔에 담아 마시는

소래포구 옛이야기 한 조각으로

가을처럼 발갛게 취할 것 같다.


아침이면 젓갈 팔러

수인선 타고 떠나던 사람들아

어물전 넘어 선술집에

눈물 젖은 푸념만 가득 남았구나.


댕구산 노루목 장도포대엔

바다를 향해 절규처럼

노을이 날린다.


2009. 8. 12

소래포구: 인천시 논현동에 있는 항구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