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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해
돌을 닦는다.
기름 속에 묻혀있던 이야기들이
햇살 아래 드러난다.
속 빈 조개껍데기와
검은 기름에 찌든 미역 속에 배어있는
어부의 눈물
세월이 갈수록 씻어지지 않는
바위 같은 슬픔이 여기 있다.
눈이 내려서 백장에 쌓여도
덮어도 덮어지지 않는
저 긴 해안선 위의 절망
기름 물로 목욕한 갈매기들은
날아오르다
지쳐서 쓰러지고
하얗게 배를 드러낸 물고기
물고기의 살밑으로 스며드는
저 짙은 어둠
파도는 오늘도
시퍼렇게 날을 세우고
서해의 신음을 닦아내고 있다.
.
글
弔 숭례문
유세차
무자 2월 신사 삭
오, 애재라
불꽃 속에 사라진 숭례문이여
미명의 새벽 서울 하늘
붉게 물들인 화광이
사람들의 새벽 꿈밭을 불태울 무렵
나는 들었지.
우리의 내면으로부터
가장 소중한 것이 무너지는 소리를
숭례문이여!
육백년 넘게 우리를 지켜온
너는 역사의 증인.
임진왜란도 병자호란도
비껴서 갔다네.
일본놈도 떼놈도
고갤 돌리고 갔다네.
남들도 우러러 피해간
성스러운 가슴에
우리 스스로 불을 놓았구나.
민족의 얼을 살라 버렸구나.
이제 다시 옛모습 다시 세운다 해도
수많은 세월 지켜본 네 기억
사라진 역사는 어이할이거나.
글
<訟詩>
겨레의 스승
김선회 교장선생님의 전년퇴임을 축하하며
엄 기 창
당신은
산바람에 씻기고 씻긴
소나무처럼
올곧은 기개를 지닌 사람
물처럼 부드럽게
바른 곳으로만 흘러 흘러
제자들의 마음도
맑게 씻겨준 사람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빛을 세워
세상을 시나브로 밝혀가면서
묵묵히 걸어온 당신의 발걸음은
제자들을 위한 눈물로
사십년을 넘겼습니다.
돌아보면
바람 불고 눈보라치는 고개를 넘어
당신의 삶의 발자국 점점이 찍힌 길
질기디 질긴
인연의 줄을 접으며 돌아서는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보니
당신은 참으로 큰
겨레의 스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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