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나무, 큰 빛

 

큰나무, 큰 빛

― 문학사랑‘ 10주년을 축하하며

열 살이라면

어머니 치마끈 잡고 달랄달랑 따를 나이지만

문학사랑!

그대 나이 충년(沖年)에

이미 거목으로 자랐구나.


다른 나무들은

다 자란 어미 새에게만 둥지를 빌려주지만


문학사랑!

그대는 어린 새들을 정성껏 길러

창공으로 띄워 보내고


다시 알들을 모아

한 마리 한 마리의 날개에 힘을 주었나니,


푸는 하늘 날아오르기를 포기한 새들

그대 품에서 영혼을 얻어

비상의 날개를 단 이 몇이던고.

금수강산 글쓰는 사람들의

빛이 되었구나.

찬란한 빛이 되었구나.


문학사랑

눈부신 그 이름 올려다보며

비나니


대전을 넘어, 코리아를 넘어

세계를 밝혀주는

큰 빛으로 크거라. 

posted by 청라

당신을 보았을 때

 

당신을 보았을 때

― 신익현 선생님 ‘山詩集’ 출간을 축하하며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당신의 가슴은 산의 마음임을 알았습니다.

눈빛에서는

은은히 산수리치 향기가 풍겼습니다.

내뻗은 손짓 하나에도

산바람 소리를 거느리고 있고요.


당신을 두 번 보았을 때

당신의 모습에서 바위산의 기개를 보았습니다.

하늘 향해 우뚝 솟은 칼끝 같은 기상에서

서릿발처럼 올곧은

선비의 정신을 보았습니다.


당신을 세 번 보았을 때

당신의 모습에서

아름다운 시를 느꼈습니다.

용암처럼 분출하는 한없는 열정과

만물을 안아 기르는 숲의 마음으로

인간을 향한 사랑이 있었습니다.

당신의 말씀은 모두

산의 송가입니다.


이제 우리는 당신의 시를 읽으며

도회의 매연 속에서도

산의 마음을 배웁니다.

posted by 청라

늘 푸르게 사소서

 

늘 푸르게 사소서

― 立松 김용준 교장선생님 정년퇴임을 축하하며

서 있는 자세만으로도

기품 그윽한 소나무처럼

침묵 속에 따뜻한 마음의 향기

건네주는 사람


머리 위엔 언제나

눈 시린 하늘빛 꿈들을 이고

아래로는 조국의 가슴에 뿌리를 박아

용암처럼 들끓는 나라 사랑의 향기

잃지 않는 사람


민족의 새벽부터 거친 밭을 일구고

한 포기씩 정성들여 빛을 가꾸며

사십 년 넘게 걸어오신 당신의 발걸음으로

조국의 아침은 이제 환하게 밝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들 마음속엔 아직 청년으로 남아있는데

나라 위해 제자 위해 사신 삶의 나무에

가을이 곱게 물들었습니다.

굽힘없이 곧곧히 사신 생애이기에

당신의 가을은 아름답습니다.


이제

한평생 달려오신 외길, 인연의 짐을 풀고

떠나시는 뒷모습이 아름다워

비오니

천 년을 늙지 않는 낙락장송으로

자유로운 바람 속에 늘 푸르게 사소서.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