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우송

 

낙우송

― 대전고 제자들에게

잎은 비단결처럼 부드럽지만

둥치는

하늘을 떠받들 듯 우람한 나무


가지마다 매달린 작은 잎새 하나도

서로가 서로를 아껴

기쁨도 아픔도 함께 하는 나무


낙우송아!

그렇게 도란도란 어깨동무하고

폭풍우 눈보라도 함께 헤쳐가거라


튼튼한 가지는

약한 가지를 감싸주고

약한 가지는 튼튼한 가지 밀어주며


얼마 동안 보지 못하면

서로가 서로의 소식을 물어

인생의 동반자로 그렇게 걸어가거라.


 

잎새마다 가지마다

파아랗게 하늘 고이고

햇살 더 환하게 너희들 머리 위에 거느려


새 천년엔

세계를 일구어 가는

기둥이 되거라.


posted by 청라

세월의 그림자

 

세월의 그림자

아름다운 생각만 하며 살기에도

부족한 세월입니다.

아름다운 것들만 보며 살기에도

부족한 세월입니다.


세상 앞에 서기 전에

늘 마음을 물처럼 맑게 하고

우리가 흘러가는 세월의 갈피에 끼여

같이 흘러갈 때에

스쳐 지나가는 소리들 사이에서

아름다운 소리만 듣는 귀를 달으십시오.


때때로

사랑하던 것들이 미워질 때에

내 마음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며

분노와 미움을 걸러내야 합니다.


앞에서 바라보면

푸른 숲 골물소리 그윽한 산을

구태여

뒤에서 바라보며

칼바위 가시덩굴 우거진 산이라고 말하지 마십시오.


일생 동안 세월에 떠밀려

떠내려만 가지 말고

세월의 그림자 진 굽이마다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채워 나가봅시다.


오늘 절망의 늪에 빠지더라도

손놓지 말고 헤엄쳐 나오십시오.

세월 속에 아픔은 저절로 가라앉을 테고

살아보면 정말 살만한 세상입니다.

posted by 청라

구봉(九峯)의 사슴

 

구봉(九峯)의 사슴

그 3월 첫아침

동녘에 떠오르는 햇살처럼 맑은

사슴의 눈동자를 보았지.


검은 밤 어둠도 때 묻히지 못할

샘물처럼 깨끗한

영혼의 물소리를 들었지.


볼수록 정이 가는 아이들아

세상이 아무리 더러워도

물들지 말자.


열 사람이 길을 걷다가

아홉 사람이 잘못된 길로 가면

아홉 사람 이끌고 바른 길로 가거라.


이웃의 아픔을 돌볼 줄 알고

사람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세상을 아름다운 눈으로 보면서

아름다운 세상을

더 아름답게 꾸며가거라.


때로는 너희들 앞에서 화를 내지만

티 없이 순박한

너희들을 볼 때마다


너희들의 선생인 게 행복하단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