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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가을 편지
구봉산 산행 길에
단풍잎 하나 따서
아내의 화장대에
몰래 올려 놓았다.
아내를 사랑한다는
내 가을 편지이다.
얼핏 연 책갈피에
내게 보낸 연서 한 장
곱게 말린 단풍잎에
배어있는 고운 정성
아내도 날 사랑한다는
홍조 어린 답신이다.
글
아파트 까치
늦은 아침
아이들 놀이터 벚나무 위에서
까치가 요란스레 울고 있다.
아파트 문은 모두 닫혀있고
유치원도 못 갈 어린애 혼자 듣다가
모래만 뿌리고 심심해서 돌아갔다.
맑은 아침 햇살 물고 와
자랑스럽게 울고 있는 까치야
우리 마을엔 네 울음에
귀 기울이는 사람 아무도 없다.
생활에 쫓기는 도회지 사람들에겐
반가운 사람이란 아예 없는데
반가운 손님 온다고 아무리 울어봐라.
한나절 소식 전하다 지쳐
비둘기들 사이에 섞여 모이나 주워 먹다
자동차 경적에 놀라 비명처럼 쫓겨가는
비둘기의 날개 너머로
너무도 눈시린 가을…….
2009. 10. 23
글
3m
당신들의 그 새벽엔
하나님도 조상들도 아무도 없었다.
새벽 산책길, 3m 간격
그것이 삶과 죽음의 거리였다.
길 건너 도솔산이
부르는 대로
아내는 웃으며 도로로 들어서고
하늘이 무너지는 굉음과 함께
15m를 날아
아스팔트 바닥에 산산이 부서졌다.
너무도 맑아 바라보기도 아깝던
한 송이 짓이겨진 코스모스 꽃이여
피 묻은 향기는 하늘하늘 날아
먼 길을 가고
남은 사람의 앞길에
가로놓인
저 막막한 사막
새벽 산책길, 3m 간격
이승과 저승의 아득한 거리였다.
2009.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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