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시/제3시집-춤바위 2008. 12. 28. 18:33
 

시詩 


내 삶에 대롱을 박아

진액津液만 뽑은 노래,


세월의 바퀴 갈고 갈아

조약돌로 남은 노래,


시간의 지우개로

지워 봐도

지워지지 않는 노래…….


2008.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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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사 가는 길

시/제3시집-춤바위 2008. 12. 7. 12:27

 

동학사 가는 길


산문에 다다르기 전에

범종 소리 먼저

마중을 나온다.


새벽

산길

맑게 쓸면서 내려온다.


마음을 닦는다는 것은

가끔은

석간수 한 모금으로도 이루어지는 것,


들리는 새소리에

초록빛이 떠돌아

구부러진 나무도 가지런한 산.


계곡 물소리 한사코

낮은 곳으로 흘러내리는데

한 발짝씩 나는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아침 해가 뜨면

햇살이 가장 밝게 고이는 곳….


동학사 가는 길에는

항시 

몸보다 마음이 먼저 올라

부처님 입가에 어린 미소를 배운다.


2008년 12월 7일





posted by 청라

山房 四季

시조 2008. 11. 27. 22:05

 

山房 四季



(봄)

산 벚꽃 폭죽처럼 터져오는 산기슭을

담채화(淡彩畵) 두어 폭에 담뿍 담아 걸었더니

화향(花香)이 봄 다 가도록 집안 가득 떠도네.


(여름)

베개 밑 골물소리  꿈 자락에 묻어나서

근심 빗질하여 바람 속에 던져두고

기름진 잠결에 취해 여름밤이 짧아라.


(가을)

용소(龍沼)에 가을 달이 집 틀어 누웠기에

병 속에 물과 달을 함께 길어 두었더니

아침에 햇살 비추니 단풍산도 따라왔네.


(겨울)

선계(仙界)에 덮을 것이 무엇이 남았다고

검은 이불 걷힌 아침 하얀 속살 드러낸 산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 지워지고 없구나.


2008. 11. 26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