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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보문산 녹음
진녹색 함성이다.
그 함성에 몸을 담그면
나도 나무가 된다.
은행동에서 일어난 바람이
술래가 되어
나를 찾으러 왔다가
내쉬는 내 숨결에
초록빛이 떠돌아
두리번대다 돌아갔다.
보문산 녹음은 너무 커서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다.
산새소리 한 모금에도
귀를 열 줄 아는 사람은
산그늘 속에 녹아 모두 녹음이 된다.
2008. 5. 23
『e-백문학』3호(2020년)
글
고개
장승은
사람 목소리가 그리워
고개 아래쪽으로 몸을 굽히고 있다.
터널이 뚫린 뒤로
인적 끊긴 성황당 고갯마루….
돌탑에 담겨있던 소망들은
장마 비에 씻기고,
들리지 않는 소리에
귀 기울이다
성황나무는 귀가 다 달았다.
야위어가는 길 따라
추억이여
너도 돌탑처럼 무너져 풀숲에 묻히겠지.
2008. 5.16
글
산사(山寺)
보리수나무 아래 여승이 하나
번뇌의 열매를 줍고 있다.
반쯤 열린
법당 문 사이로
만수향 향내 절마당을 덮으면
염불로 닦여지는 보리수 열매
번뇌의 때
한 겹씩 벗겨지고
탑은 함성으로 일어서고
여승의 얼굴
구름 걷힌 자리
햇살 가루 내어 뿌리듯
반짝이는
입가의 미소
2008.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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