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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봄의 들판에서
초록빛 숨결 움터오는
봄의 들판에 서면
굳게 동여매진 사랑의 매듭이
풀릴 것 같아
내 눈빛이
당신의 마음에
냉이 맛으로 전해질 수 있다면
꽁꽁 얼어붙은
당신의 겨울에
작은 제비꽃 한 송이 피울 수 없으랴.
글
<시조>
철조망
산줄기 갈라 뻗은
대진 고속도로 옆
건넛산 그리움에
넋 잃은 고라니 한 마리
몽롱한 눈동자 속에
피어오르는 오색구름
밤마다 꿈속에선
바람에 날개 달아
그리움 매듭 풀어
이슬 눈물 뿌렸지만
새벽녘 꿈 깨어 보면
건널 수 없는 철조망
글
서해
돌을 닦는다.
기름 속에 묻혀있던 이야기들이
햇살 아래 드러난다.
속 빈 조개껍데기와
검은 기름에 찌든 미역 속에 배어있는
어부의 눈물
세월이 갈수록 씻어지지 않는
바위 같은 슬픔이 여기 있다.
눈이 내려서 백장에 쌓여도
덮어도 덮어지지 않는
저 긴 해안선 위의 절망
기름 물로 목욕한 갈매기들은
날아오르다
지쳐서 쓰러지고
하얗게 배를 드러낸 물고기
물고기의 살밑으로 스며드는
저 짙은 어둠
파도는 오늘도
시퍼렇게 날을 세우고
서해의 신음을 닦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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