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들판에서

시/제3시집-춤바위 2008. 2. 21. 09:56
 

봄의 들판에서


초록빛 숨결 움터오는

봄의 들판에 서면


굳게 동여매진 사랑의 매듭이

풀릴 것 같아


내 눈빛이

당신의 마음에

냉이 맛으로 전해질 수 있다면


꽁꽁 얼어붙은

당신의 겨울에

작은 제비꽃 한 송이 피울 수 없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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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조망

시조 2008. 2. 19. 10:29
 


<시조>


철조망


산줄기 갈라 뻗은

대진 고속도로 옆


건넛산 그리움에

넋 잃은 고라니 한 마리


몽롱한 눈동자 속에

피어오르는 오색구름




밤마다 꿈속에선

바람에 날개 달아


그리움 매듭 풀어

이슬 눈물 뿌렸지만


새벽녘 꿈 깨어 보면

건널 수 없는 철조망

posted by 청라

서해

시/제3시집-춤바위 2008. 2. 18. 08:20
 

서해


돌을 닦는다.

기름 속에 묻혀있던 이야기들이

햇살 아래 드러난다.


속 빈 조개껍데기와

검은 기름에 찌든 미역 속에 배어있는

어부의 눈물


세월이 갈수록 씻어지지 않는

바위 같은 슬픔이 여기 있다.


눈이 내려서 백장에 쌓여도

덮어도 덮어지지 않는

저 긴 해안선 위의 절망


기름 물로 목욕한 갈매기들은

날아오르다

지쳐서 쓰러지고


하얗게 배를 드러낸 물고기

물고기의 살밑으로 스며드는

저 짙은 어둠

 

파도는 오늘도

시퍼렇게 날을 세우고

서해의 신음을 닦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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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