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새

 

멧새

한 그루 남아있는

측백나무 위에

멧새가 날아와 울고 있다.


멧새 울음으로 화안해진

내 뜰, 영산홍 꽃가지 위로

산 속 이야기들이

방울방울 피어난다.


도시의 비명들이

담 밖에서

고개를 길게 빼고 넘겨다 보다 달아난다.


살아있는 숨결로 들어선

초록빛 평화


멧새의 작은 그림자 뒤에서

거대하게 일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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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여백

벽을 비워 놓았더니

산이 들어와 앉아 있다.


꽃향기

골물 소리

집안 가득 피어난다.


채우고 채워진 세상

하나 비워 얻은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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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천천 붕어

 

갑천 붕어

아파트 그림자를 산 그림자로 알고

꿈 찾아 올라온

갑천 붕어 한 마리


가도 가도 물은 맑아지지 않고

검은 폐수만 흘러내려

앞길은 깜깜하게 막혀 있었다.


비누 거품 속에서 바라보면

삶은 허허로운 거품 같은 것


붕어의 눈물 속에서

납물이 흘러내렸다.


등뼈 굽은 새끼를 안 낳으려고

붕어는 자갈밭으로 뛰어오르고 있었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