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사진

― 思母十題 10

어머님의 흑백사진 속에는

어린 시절 색색의 내 꿈이

고스란히 숨어 있었습니다.


새색시 적 해맑은 미소 위로는

대추꽃이 함초롬히 떨어지고 있었고

이제는 허물어진 옛집 앞마당에

잃어버린 추억들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어머님은 흑백사진 작은 뒤꼍에

열여덟에 산그늘로 숨은

누님의 눈물도 거느리고 있었고


떡 사발 주고받던 토담 너머로

어머님의 초여름은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어머님 눈동자에 맑게 고인 하늘로

하얀 구름 되어 떠나셨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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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 思母十題 9

 

어머니

― 思母十題 9 
   
  
   어머님의 이름은
   연분홍
그리움의 빛깔

어머니,
   나직이 불러보면

입안 가득 향기가 고입니다.


어머님을 생각하면

어스름 새벽 달빛 아래

나를 위해 빌어주던

하얀 손이 떠오릅니다.


등창으로 내가 고생하던 겨울 찬 새벽

밥상에도 못 놓던 쌀 몇 되 머리에 이고

남가섭암 달려 올라가던

눈길이 떠오릅니다.


읍내 중학교에 보내달라고

떼쓰는 아들 종아리 때려놓고

밤새도록 상처 자국 어루만지며

소리 죽여 흐느끼던 진한 눈물이 떠오릅니다.

진달래꽃 피던 봄날

어머님

소쩍새 울음으로 가신 후

저녁놀 질 무렵이면 고향으로 흐르던

그리움의 강은 끊겼습니다.


살아생전 마음 한 번

편하게 못해 드린

내 마음의 빛깔은

잿빛 후회입니다.

posted by 청라

어머니 마음

 

어머니 마음

입을 아이 없는 옷을

방망이로 두드리며


다듬이 한 소절에

마음속 별을 끄는


손끝에 바람 이는

어머니 마음 아는가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