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死者)들의 외침

 

사자(死者)들의 외침

― 현충원에서

사월이면 묘역마다 피어나는 영산홍 꽃

이름 모를 들풀 아래 아지랑이로 스러진 영혼

한 서린 땅울림으로 방울방울 맺혔다.


목숨 바쳐 지킨 자유 거리마다 넘쳐나서

아들딸아 모르느냐 피멍울 진 저 외침이

영산홍 꽃 더 짓붉게 피워내는 의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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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저녁

 

늦가을 저녁

가로수들이 옷을 벗는다.

드러난 알몸들이

빗물에 젖는다.


오래 숨겨 두었던 진실이

앙상하게 바람을 맞는

저녁이 되면


나도 이름을 벗고

생활을 털고

어디 멀리로 떠나가고 싶다.


산사의 창 너머로

낙엽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들으며

차를 마시기도 하고


갈매기 소리 파도에 씻기는

이름 모를 항구에

정박하고도 싶다.

비상하려다

늘 주저앉는 프라타너스 이파리처럼

내 소망의 날개도 떨어져 수없이 밟히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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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

 

해돋이

그믐밤 별빛으로

불씨를 묻었다가


파도에

몸을 맡겨

씻기고 씻긴 사랑


더운 피 온 몸을 태워

어둔 세상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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