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무덤

 

돌무덤

애동솔 숲 돌무덤에

자줏빛 도라지꽃

육이오 사변통에

하늘 가신 형님 모습

두견새 목청을 빌어

밤새 울어댑니다.


눈 가만 감으시고

형님 얘기 하실 적에

입가엔 웃음 짓고

눈 가엔 이슬 맺혀

피멍울 끌어 앉고서

평생 사신 어머님.


치마끈에 달랑대던

고사리손 그리워져

돌무덤 곁 지날 때에

눈 감고 걸으시던

어머님 아린 가슴에

뽑혀지지 않는 대못.

posted by 청라
 

49재(四十九齋)

― 思母 十題 5

어디로 떠나가려고

영가의 눈빛 아롱아롱 흔들리는가

목탁소리 따라 만수향은 사위어

어머님 영혼

이 세상 남은 시간도 조금씩 줄어듭니다.

생전에 못 사드린 과일로

제사상을 채우며

이제는 장식에 지나지 않음에 가슴 아파합니다.

육신은 보내고 혼만 남아

어두운 곳에 숨어 자식 걱정으로 떨다가

빗소리에 젖지 않는 빛나는 길을 따라

머언 길 떠나려고 가슴 앓는 어머님

노스님 외시는 염불 따라 외면

내 눈가엔 끊임없이 빗소리는 내리고

유월의 창문 밖에는

상수리나무 초록빛 목청을 밟고

이승의 사투리로 휘파람새는 웁니다.

다시 향불을 살라

서역하늘 무성한 구름을 지우고

삼베 옷, 상장 태우며

두 손 모아 비느니

우연에 지워지는 저 사바의 마을

마당 앞 살구나무에 봄이 오면

환히 불 밝히는 살구꽃으로 오소서.












posted by 청라
 

하관(下官)

― 思母 十題 4

향을 피운다. 봄 하늘에

가는 실처럼 향연이 오른다.

향불이 꺼지면 이제 우리는

눈물을 묻어야 하리.


한 사람의 일생을 담아놓기엔

너무나 좁은

직사각형의 공간으로

관이 내린다

천   천   이


관이 내려지면서 뚜껑이 열리면

일평생 마련하신

삼베 수의 한 벌

허망한 빈 몸…


내가 드릴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막막한 저승길 밝혀줄

탑다라니 한 장

흙을 덮으며

가슴앓이를 묻는다.

자식 둘 앞서 보낸 눈물의 생애를 묻고

맨발로 헤쳐 온 아픈 역사를 묻고

어머니의 향기를 묻는다.


한 사람 비운 빈자리엔 진달래꽃

심술로 고와

두견새 울음으로 봄이 녹는데


손 흔들며 손 흔들며

영 떠나보내려 해도

스쳐 가는 바람, 흔들리는 나뭇가지에도

어머님 눈물은 있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