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고리

오늘 저 잠자리가 죽으면

내일은 또 무엇이 죽을까

각혈로 떨어진 봉숭아꽃 잎새 위로

잠자리 날개 하나

등 돌리고 있다.

파문 일던 하늘 한 자리 비어 있다.

동편 산자락에서 뽑혀버린 무지개처럼

허리 부러진 초록빛 고리,

내일 참새 그림자 사라지고

모레 독수리 그림자 사라지고

비어 가는 세상

사람들만 남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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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의 눈

 

아파트의 눈

수만의 벌떼다.

날아올라 꽃을 찾다


시멘트벽에 부딪혀

더러는 눈물 되고


솔잎에 내려와 앉아

순백의 넋으로 핀다.

posted by 청라

멧새

 

멧새

한 그루 남아있는

측백나무 위에

멧새가 날아와 울고 있다.


멧새 울음으로 화안해진

내 뜰, 영산홍 꽃가지 위로

산 속 이야기들이

방울방울 피어난다.


도시의 비명들이

담 밖에서

고개를 길게 빼고 넘겨다 보다 달아난다.


살아있는 숨결로 들어선

초록빛 평화


멧새의 작은 그림자 뒤에서

거대하게 일어서는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