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 개구리

 

제3부

자연의 비명 소리



오늘 개구리 그림자 사라지고

내일 참새 그림자 사라지고

글피에는 물고기 그림자 사라지고

비어 가는 세상

사람들만 남는 세상….


청양 개구리

열려진 차창 틈으로

섬광처럼

개구리 울음 하나 지나갔다.


별똥별처럼

타버리고 다시는 반짝이지 않았다.


칠갑산 큰 어둠은

돌 틈마다 풀꽃으로

개구리 울음 품고 있지만


기침소리 하나에도 화들짝 놀라

가슴을 닫았다.


차창을 더 크게 열어봤지만

청양을 다 지나도록 청양 개구리

꼭꼭 숨어 머리카락 하나 내비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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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묘

 

성묘

들국화 한 송이만

반색하는 무덤가에


눈시울 적시며

절하고 돌아서면


내딛는 발자국마다

밝혀주는 초승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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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묻은 이름

 

가슴에 묻은 이름

올해도 사월 초파일

남가섭암에 올라 영가 등 하나 밝혔습니다.

멀리 산자락 휘돌아 녹음 덮고 누운

당신의 집을 바라보면서

가슴에 깊이 묻었던 당신의 이름을 꺼내보았습니다.


저기 꼬불꼬불한 산길에는

옥양목 치마저고리 백목련 같던

당신의 그림자 보일 듯합니다.

자식들 복을 비시기 위해

겨울 칼바람 눈 덮인 길도

막을 수 없었던 당신의 발걸음.


한국 전쟁 틈에 일곱 살 귀여운 자식

돌무덤으로 보내고,

내가 우등상을 타 올 때마다

얼굴은 환하게 웃으셨지만

마음은 늘 젖어있던 어머니.


부엉이 울음소리에 놀라 깬 새벽

달빛 새어드는 문틈으로 보던

정안수 한 그릇,

다곳이 모아진 두 손가에

폭죽처럼 쏟아지던 하늘

그 하늘의 별빛.


자식들 위해 온 생애 바치시고

맨몸으로 떠나신 어머님께 드릴 수 있는 것은

허공에 띄워주는 작은 영가 등 하나

바람 불고 추운 저승길 한모퉁이 밝혀달라는

이승에서 보내는 내 작은 기도.


한낮의 햇살 속에서도 꺼지지 않으려고

날개 파닥이는 등불을 보며

어머니의 생애를 접어

가슴에 묻습니다.

어머니의 이름을 묻습니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