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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등산
가끔은 멈춰 서서
산 빛 속에 정을 주면
초록빛 일색 속에
수만 빛깔 산의 마음
살며시
가슴으로 와
실뿌리를 내린다.
기슭마다 서려 있는
이슬만큼의 산의 눈물
새소리로 속삭이는
산의 말씀에 눈 귀 닫고
서둘러
정상에 오를수록
하늘과는 멀어진다.
글
계룡산의 10월
시월 계룡산은
타오르는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골짜기마다 우웅 우웅
수많은 소리들이
요동치고 있었다.
눈빛 속으로 빨려 들면
온종일 맴돌며
나올 수가 없었다.
삼불봉에서
황혼을 타서 마시는
바람 한 모금
나도 가슴 뜨거운 가을 산이 되려는지
내뿜는 호흡마다
붉은 기운이 떠돌았다.
글
연화교에서
시냇물은 서 있는데
다리에 선 나는 흘러간다.
공즉시색 색즉시공
목탁소리 눈을 뜨면
안개 낀 다리를 건너
손짓하는 사바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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