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봉(九峯)의 사슴

 

구봉(九峯)의 사슴

그 3월 첫아침

동녘에 떠오르는 햇살처럼 맑은

사슴의 눈동자를 보았지.


검은 밤 어둠도 때 묻히지 못할

샘물처럼 깨끗한

영혼의 물소리를 들었지.


볼수록 정이 가는 아이들아

세상이 아무리 더러워도

물들지 말자.


열 사람이 길을 걷다가

아홉 사람이 잘못된 길로 가면

아홉 사람 이끌고 바른 길로 가거라.


이웃의 아픔을 돌볼 줄 알고

사람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세상을 아름다운 눈으로 보면서

아름다운 세상을

더 아름답게 꾸며가거라.


때로는 너희들 앞에서 화를 내지만

티 없이 순박한

너희들을 볼 때마다


너희들의 선생인 게 행복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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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의 용들에게

 

대덕의 용들에게

새 천년의 눈부신 새벽이다.

스무 해 혼을 키워온

대덕의 용들이 날아오를 시간이다.

우성이산 왼쪽 날개 아래 작은 터를 세우고

계룡의 상상봉, 맑은 산 이내로 꿈을 닦으며,

때로는 마로니에 품 넓은 그늘로

폭염을 막아

간 밤 어둠 속에서 남모르게 날개를 펼쳐

이제 이 축복의 새벽에 천둥 치며 비상하나니,

대덕의 용들아!

새 천년엔 너희들이 세상을 경영하는 기둥이 되라.

메마른 대지엔 촉촉이 비를 뿌리고

낮은 강 어구엔 물이 넘쳐나지 않게

세상 사람들이 너희를 노하게 해도

가난한 사람들의 마을 폭우로 쓸어가지 말거라.

반도의 하늘 한라에서 백두까지

용틀임하며

이 작은 반도가 세계를 향해

포효하게 하라.

posted by 청라

저녁노을

 

저녁노을




    현충일 저녁

아파트 창틀 위에


깃발

하나


피 맺힌 목청으로 펄럭이는 주름살마다

출 취한 젊은이들

욕설이 묻어나고


벤취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 눈망울에

불타는 노여움으로 내려앉는


저녁

노을…….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