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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시조>
철조망
산줄기 갈라 뻗은
대진 고속도로 옆
건넛산 그리움에
넋 잃은 고라니 한 마리
몽롱한 눈동자 속에
피어오르는 오색구름
밤마다 꿈속에선
바람에 날개 달아
그리움 매듭 풀어
이슬 눈물 뿌렸지만
새벽녘 꿈 깨어 보면
건널 수 없는 철조망
글
서해
돌을 닦는다.
기름 속에 묻혀있던 이야기들이
햇살 아래 드러난다.
속 빈 조개껍데기와
검은 기름에 찌든 미역 속에 배어있는
어부의 눈물
세월이 갈수록 씻어지지 않는
바위 같은 슬픔이 여기 있다.
눈이 내려서 백장에 쌓여도
덮어도 덮어지지 않는
저 긴 해안선 위의 절망
기름 물로 목욕한 갈매기들은
날아오르다
지쳐서 쓰러지고
하얗게 배를 드러낸 물고기
물고기의 살밑으로 스며드는
저 짙은 어둠
파도는 오늘도
시퍼렇게 날을 세우고
서해의 신음을 닦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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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弔 숭례문
유세차
무자 2월 신사 삭
오, 애재라
불꽃 속에 사라진 숭례문이여
미명의 새벽 서울 하늘
붉게 물들인 화광이
사람들의 새벽 꿈밭을 불태울 무렵
나는 들었지.
우리의 내면으로부터
가장 소중한 것이 무너지는 소리를
숭례문이여!
육백년 넘게 우리를 지켜온
너는 역사의 증인.
임진왜란도 병자호란도
비껴서 갔다네.
일본놈도 떼놈도
고갤 돌리고 갔다네.
남들도 우러러 피해간
성스러운 가슴에
우리 스스로 불을 놓았구나.
민족의 얼을 살라 버렸구나.
이제 다시 옛모습 다시 세운다 해도
수많은 세월 지켜본 네 기억
사라진 역사는 어이할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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