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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원가계
봉우리마다 구름이 너울처럼
산의 얼굴을 가려주고
골짜기마다 안개는 나삼(羅衫)이 되어
산의 알몸을 가려주네.
기봉(奇峰)은 날아서
학이 되고
폭포(瀑布)는 떨어져
은하수가 되네.
옛날에 신선도(神仙圖)를 보고
관념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세상이라 생각했더니
원가계에 와서 보니
그림이 오히려 산수를 다 그리지 못하였네.
폭포 소리 녹아
솔향 더욱 그윽한 곳에서
술 한 잔 기울이면
속진(俗塵)이 말갛게 씻겨
나도 신선이 되리.
2008. 1. 29
글
똥을 묻으며
똥을 덮는다.
낙엽을 긁어모아
내 삶의 부끄러움을 덮는다.
아무리 묻고 묻어도
지워지지 않는 냄새처럼
묻을수록 더욱 살아나는
지난 세월의 허물들
이순의 마을 가까이엔
담장을 낮추어야 한다.
감추는 것이 없어야 한다.
무더기 큰 똥일수록
햇살 아래 드러내어
바삭바삭 말려주어야 한다.
글
상대동
재개발 마을 상대동에
사람들은 모두 떠나가고
공회당 마당에서
참새들만 농성하고 있다.
서둘러 떠난
빈 집 화단에는
황매화, 수국 꽃나무
꽃망울들이 여물고 있다.
참새들은 알고 있지.
이 마을엔 봄이 오지 않는다는 걸
피멍 든 외침만 각혈처럼 떠올라
노을 진 하늘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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