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교에서

 

연화교에서

시냇물은 서 있는데

다리에 선 나는 흘러간다.


공즉시색 색즉시공

목탁소리 눈을 뜨면


안개 낀 다리를 건너

손짓하는 사바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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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고리

오늘 저 잠자리가 죽으면

내일은 또 무엇이 죽을까

각혈로 떨어진 봉숭아꽃 잎새 위로

잠자리 날개 하나

등 돌리고 있다.

파문 일던 하늘 한 자리 비어 있다.

동편 산자락에서 뽑혀버린 무지개처럼

허리 부러진 초록빛 고리,

내일 참새 그림자 사라지고

모레 독수리 그림자 사라지고

비어 가는 세상

사람들만 남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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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의 눈

 

아파트의 눈

수만의 벌떼다.

날아올라 꽃을 찾다


시멘트벽에 부딪혀

더러는 눈물 되고


솔잎에 내려와 앉아

순백의 넋으로 핀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