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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九峰山 단풍
한숨 턱에 닿아
요 봉우리만 올라가야지
생각했다가도
하늘 물살에 머리 젖을 만큼
올라가면
더 아름다운 산봉이 눈에 밟힌다.
岩峰을 불태우려고, 가을은
구봉산에 와서 폭죽을 터뜨렸다.
산불 놓아 산기슭을 달려 오르다
바위틈마다 기대어 서서
단풍으로 익었다.
아! 붉은 치맛자락 포기마다
펼쳐진
자연의 붓질,
뜨거운 몸을 식혀주려고
구봉산 휘돌아 흐르는 갑천도
넋 잃고 있다.
투신하는 산 그림자
차곡차곡
가슴에 품어 안고 있다.
글
보문산 녹음
진녹색 함성이다.
그 함성에 몸을 담그면
나도 나무가 된다.
은행동에서 일어난 바람이
술래가 되어
나를 찾으러 왔다가
내쉬는 내 숨결에
초록빛이 떠돌아
두리번대다 돌아갔다.
보문산 녹음은 너무 커서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다.
산새소리 한 모금에도
귀를 열 줄 아는 사람은
산그늘 속에 녹아 모두 녹음이 된다.
2008. 5. 23
『e-백문학』3호(2020년)
글
고개
장승은
사람 목소리가 그리워
고개 아래쪽으로 몸을 굽히고 있다.
터널이 뚫린 뒤로
인적 끊긴 성황당 고갯마루….
돌탑에 담겨있던 소망들은
장마 비에 씻기고,
들리지 않는 소리에
귀 기울이다
성황나무는 귀가 다 달았다.
야위어가는 길 따라
추억이여
너도 돌탑처럼 무너져 풀숲에 묻히겠지.
2008.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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