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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상대동
재개발 마을 상대동에
사람들은 모두 떠나가고
공회당 마당에서
참새들만 농성하고 있다.
서둘러 떠난
빈 집 화단에는
황매화, 수국 꽃나무
꽃망울들이 여물고 있다.
참새들은 알고 있지.
이 마을엔 봄이 오지 않는다는 걸
피멍 든 외침만 각혈처럼 떠올라
노을 진 하늘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글
유리창을 닦으며
아파트 유리창을 닦는다.
골짜기마다 감추고 있는 보문산의 비밀이
가까이 다가온다.
산밑 낮으막한 등성이에서
불꽃을 피워 올려
산벚꽃 연분홍으로 슬금슬금 기어 올라가
온 산을 덮는 봄날의 환희와
비온 날 아침 떡시루를 찌듯
뭉게뭉게 일어나는 골안개로 온 몸을 가렸다가
한 줄기 햇살로 맨살 드러내어
진초록 함성 하늘 향해 이글거리는 여름날의 열정,
늦여름 초록의 밑둥에서 조금씩 배어나와
색색으로 물들였던 산의 간절한 이야기 떨어지고
나무 가지마다 침묵으로 앙상한
저 가을날의 고독
시루봉 이마 하얀 눈으로 덮이고
골짜기로 내려오면서 조금씩 옅어졌다가
어느새 수묵의 함초롬한 자세로 식어있는
겨울날의 허무
유리창을 닦는다.
집안 가득
보문산을 들여놓는다.
2007. 12, 23
글
귀향
휘파람새 울음을 밟고
돌아가네.
저녁노을 깔린 고갯길 굽이돌아
골어스름 안개처럼 내리는 여울 건너
마실갔다 돌아오는 아이처럼 돌아가네.
집집마다 한 등씩 불이 켜지고,
땅거미 따라 내려오는
남가섭암 목탁소리.
산벚꽃 자지러진 향내를 묻히고
사바의 마을을 닦아주는 천수경 한 자락.
장다리골 너머
초승달은 떠오르네.
달빛아래 몸을 떨며 손 내미는
작아진 산들,
도회의 옷들은 한 겹씩 벗으려네
모든 것 다 벗고
빙어처럼 투명해 지려네.
실핏줄까지 드러나는
어릴 적 마음으로
고향의 품속으로 안겨들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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