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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계룡산의 10월
시월 계룡산은
타오르는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골짜기마다 우웅 우웅
수많은 소리들이
요동치고 있었다.
눈빛 속으로 빨려 들면
온종일 맴돌며
나올 수가 없었다.
삼불봉에서
황혼을 타서 마시는
바람 한 모금
나도 가슴 뜨거운 가을 산이 되려는지
내뿜는 호흡마다
붉은 기운이 떠돌았다.
글
연화교에서
시냇물은 서 있는데
다리에 선 나는 흘러간다.
공즉시색 색즉시공
목탁소리 눈을 뜨면
안개 낀 다리를 건너
손짓하는 사바의 마을
글
고리
오늘 저 잠자리가 죽으면
내일은 또 무엇이 죽을까
각혈로 떨어진 봉숭아꽃 잎새 위로
잠자리 날개 하나
등 돌리고 있다.
파문 일던 하늘 한 자리 비어 있다.
동편 산자락에서 뽑혀버린 무지개처럼
허리 부러진 초록빛 고리,
내일 참새 그림자 사라지고
모레 독수리 그림자 사라지고
비어 가는 세상
사람들만 남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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