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낚시질

 

대청호 낚시질

놓아두고 간 그리움들이

물이끼로 돋아올 때쯤


호심에

줄을 던지면

삭지 못한 아픔들이 입질 하네.


물비늘 반짝이는 옛집 마당에서는

친구들의 웃음소리 건져올리고


진달래꽃 낯붉히던

이웃집 누이의 속마음도 건져올리고….


짐을 싸들고 뒤돌아보며

돌아 나설 때

안타깝게 손 흔들던 느티나무 언저리


고향은 거기 가라앉아서

천 년 산 그림자로 굳어 있네. 

posted by 청라

마곡사

 

      마곡사

      연

    화  교

  건 너 서 면

솔바람 풍경소리

     향내

   서    린

  잎 새 마 다

불경 소리 담겨 있고

      법

    계  를

  지키고 서서

침묵하는 오층석탑


깨어진 돌부처에

염화미소 어리인 땅


잠 못 드는 노승의

천수경에 달은 지고


불심은 태화천에 녹아

사바세계로 흐른다


posted by 청라

공주(公州)에서

 

공주(公州)에서

친구여!

막걸리 몇 잔에 취해 별을 줍던

금강 변 백사장엔 오늘도 별이 내리느니.


가을이 석양빛 꽃물로

곱게 물들인 산성공원 오솔길로는

영은암 종소리가 늦바람으로 달려가느니.


몸이 떠나 삼십 년

마음마저 멀어져

목소리 아득한 나의 친구여


다시 금강 변 모래밭에 서면

그리운 모습들 보일 듯하여

갈바람 갈피에 숨어 찾아왔더니


강물은 어제처럼 흘러가는데

정다운 얼굴들 보이지 않네.


知天命 지나보낸 우리 나이에

무슨 더 큰 욕심 있으랴.


추억이 곱게 접히는 밤에

다시  어깨동무하고 막걸리 집 찾아

흥청거리며 걷는 발길엔


스물 다섯에 놓아두고 간

우리 젊음이

프라타너스 잎사귀처럼 지천으로 밟히리.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