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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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밭머리

밀려오는

초록 바람


매미소리 피워내는

상수리나무 수풀


어머님 환한 미소에 한여름이 물결치다.



다 해진 광목치마

바람 새는

베저고리


헝클어진 머리칼에

윤기는 식었어도


포근한 그 눈빛 속에 고향 마음 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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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술 치마

 

요술 치마

봄 냄새 은은한

어머님 앞치마엔


취나물

도라지

고사리

나물 사이


찔레도 삘기도 숨어

무진무진 솟아났지.


모깃불 향내 속에

멍석 펴고 드러누워


어머님

치마 덮고

밤하늘

별을 보면


따스한 옛날 얘기에

잠이 살풋 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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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 思母 十題 7

 

눈물

― 思母 十題 7

부엉이 소리에 놀라

잠이 깨면

이불이 가늘게 떨렸습니다.


아버님은 투전판에서 며칠째 아니 오시고

‘기챙이네 못살게 되었다더라’

풍문이 먼저 건너온 날 저녁


일렁이는 어둠 속에서

나는 어머님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잠든 자식들 손 하나하나 잡아보시며

어둠을 환히 태우고도 남을

시퍼렇게 날 선 눈물을 보았습니다.


꿈밭 머리 빛 이랑이

부옇게 밝아오는 아침이 오면


밤새 진한 울음이 걸려있던

입꼬리에 분꽃으로 피어나는

어머님 미소 속에서


말갛게 가라앉은

눈물을 보았습니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