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상(運喪)

― 思母 十題 2

잔이 내려졌다. 발인제도 끝났다.

상두꾼들은 꽃상여를 메고

마당을 한 바퀴 비잉 돈다.

다시는 못 돌아올 문을 나서면

상두꾼들 노래 소리에 곡소리는 묻히고

철없는 아이들은 낄낄거리며

젯상 앞의 떡들을 들고 뛰는구나.

뜰 앞의 살구나무는 몇 잎

꽃잎을 뿌려 손을 흔들고

한 발짝 한 발짝씩 떠나가는 길

다시 못 올 청산인데

사람들은 호상(好喪)이라고 웃고 떠들며

인생의 또 한 고개를 넘는다.

오르막길 오를 때마다 상여는 멈춰 서고

상주들은 너도나도 돈을 거는데

어머님은 빈 손 맨발로 떠나

저승의 어느 주막에서 울고 있을까.

눈물로 씻고 보면 생전에 걷던

초록빛 발자국 점점이 찍힌 길

요령잡이 만가소리 점점 빨라져

조객들 어깨춤 들썩이는 사이로

어머님 흔적 지우는 연기

내 가슴으로만 내 가슴으로만 따라 오는데

두견새 울음소리로 핏물 젖은 곡을 할꺼나

푸른 봄 하늘에

눈물을 말릴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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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 ― 思母 十題 1

 

임종

                               ― 思母 十題 1


까마귀 울음소리가 물고 가는

어머님 이름

간절한 눈물로 피워낸

진달래꽃 수만 송이로도

어머님 발걸음 막을 수 없었습니다.

다 놓고 떠나시는 어머님 빈 손

육 남매를 묶어 놓던

분홍빛 질긴 끈 위에

우리는 하나씩 손을 얹어 드렸습니다.

철성산 산 그림자가 길어지면서

어스름 따라

남가섭암 목탁 소리가 내려옵니다.

우리를 위해 부처님께 비시던 입술은 굳어

아무 말씀도 하실 수 없고

이제 어머님을 위해 내가 두 손을 모아봅니다.

시냇물들은 어제처럼

제 몸들을 부딪쳐 거품을 피워내고

어머님을 위해 서둘러 달려온 봄은

버들강아지 가지마다

몸부림치며 불꽃 피우는데

어머님 이름이 지워지자

고향 빛깔은

막막한 어둠으로 변했습니다

posted by 청라

정안수

 

제2부

어머님께 드리는 노래



진달래 개나리

생기 있게 피어나는 봄날,

세상 일 모두 놓으시고

훌훌히 떠나신 어머님께

이 작은 노래를 바칩니다.


정안수

부엉이 소리에 놀라 잠을 깨면

이지러진 새벽달빛 창호지에 창백하고

찢어진 문틈으로 보던 어머님의 합장한 손.


한 대접 정안수에 밤 하늘 별을 담아

새벽녘 꿈을 헹궈 자식들 복 비는 마음

살포시 지은 미소에 성스러운 그 눈빛 


소쩍새 울음 따라 꽃신 신고 떠났어도

인생 길 어두운 밤 문득문득 밝혀주는

정안수 대접에 담긴 어머님의 큰사랑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