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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공산성(公山城)에서
백제의 문은
늘 열려 있다.
고추잠자리 맴돌아 익어 가는
단풍나무 숲
아랫마을로
신라관광 몇 대
조을 듯 들어서고
하늘이 더 깊숙이
세상 담아주는
무령왕릉 가는 길 위에
역사의 수레바퀴로 날리는
신문지 한 장……
무너진 성 자락 이끼마다 서린
시간의 향기
초가을 맑은 햇살에
헹궈낸 강물 소리로
목을 축이면
나는
옥양목빛 피가 흐르는
아사달이 된다
글
향일암 일출(日出)
향일암 석등(石燈) 안
찰람찰람 고인 고요를
새벽달이 갸웃이 훔쳐보고 있다.
파도 소리에 씻겨진
동백꽃 봉오리마다
세상 밝히는 꽃불을 켜면
먼 수평선 일어서는 눈부신 평화(平和)
관음상 입가에 살포시
미소로 번져….
글
낙화
꽃등인양 불 밝히고
꽃샘바람 속에 서성대더니
해 기울자 날개 접고
내려지는 백목련꽃
바르르 떠는 꽃가지
봄이 지는 아쉬움
달빛은 꽃그늘에
화향을 깔아두고
술잔마다 내려앉아
설렘으로 뒤척이네
반가운 친구와 앉아
지는 봄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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