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

 

대추

초록빛 그늘 뒤에 숨어

한여름 햇살 받아


단 맛으로 달구어져

부리부리 익은 사랑


정염은 두 볼에 와서

모닥불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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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서원(紹修書院)에서

소나무들도

풍류를 알아

개성 있게 들 마주 섰다.


균열(龜裂)진 껍질마다

옛 목소리 어리었다.


여름날

오후의 정적을

매미소리 파도친다.


다 가고 없는 정자에

서린

뜬구름 그림자여


부석사 종소리가

물소리에 녹아 있어


세월만

흘러간 뜰에

붉은 꽃은 또 피어났네.


posted by 청라

공산성(公山城)에서

 

공산성(公山城)에서

백제의 문은

늘 열려 있다.


고추잠자리 맴돌아 익어 가는

단풍나무 숲

아랫마을로


신라관광 몇 대

조을 듯 들어서고


하늘이 더 깊숙이

세상 담아주는

무령왕릉 가는 길 위에


역사의 수레바퀴로 날리는

신문지 한 장……


무너진 성 자락 이끼마다 서린

시간의 향기


초가을 맑은 햇살에

헹궈낸 강물 소리로

목을 축이면


나는

옥양목빛 피가 흐르는

아사달이 된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