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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산나리꽃
때로는
혼자일 때가
더 외롭지 않을 수도 있다.
닿을 수 없던 한 뼘만큼의 눈물
꽃술 속에 감춰두고
민들레 꽃씨처럼 그리움의
날개를 날려
한 송이 수줍은
산나리 꽃으로 피어날 수 있다면….
때로는
기다리는 것이
더 행복할 수도 있다.
바람이 밟고 가는 나뭇잎 소리에
가슴 설레며
사랑하는 마음
몰래 피었다가 몰래 떨어지는
산나리꽃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글
訟詩
솔처럼 사오시라
산처럼 커서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
물처럼 부드러워
쉽게 노하지 않는 사람
한 시대를 밝히던 횃불을 끄고
四十年 넘게 걸어오신
빛나는 발자취 돌아보는 뒷모습에
은은한 난초향이 풍겨옵니다
님이여!
당신이 첫발을 딛으시던
민족의 새벽은 너무도 춥고 어두웠습니다.
황량한 역사의 들에
묘목을 심고
풍설 속에 지성으로 가꾸신 당신의 손이
삼천리 강산 곳곳마다
초록빛 광휘 찬란한 한낮을 빚으셨습니다.
잡을 수 없는 거리만큼
이제
물러나시는 당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시는 당신,
솔처럼 늘 푸르게 사오시며
무사히 맺으시는 작은 福
꽃으로 피워
가시는 발걸음마다 큰 福으로 열리소서.
<權義石 校長先生님 停年 退任式에 붙여>
글
頌詩
학같이 살으소서
나무라 치면
하늘 향해 팔벌린
낙우송이라 할까.
둥치처럼 견고한
내면의 성 쌓으시고
초록빛 그늘 드리운
당신의 가슴은 늘 열려 있어서
목마른 새
날개 지친 새들이
따스한 보금자리를 틀었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몸짓의 껍질을 벗기고
열려진 가슴 사이로 속을 들여다 보면
안경 너머로 건너 오는 눈빛이
너무도 정다워서 고향 같은
당신은
민족의 새벽 등불 들고
빛을 세우던 사람.
한 올씩 나눠주던 당신의 빛으로
삼천리 방방곡곡 조금씩 밝혀지고
그 빛이 다시 빛을 일구어
우리는 이리도 환한
한낮을 맞았더니다.
당신이 가꾸시던 이 꽃밭은 거칠어
아직도 많은 손길이 필요하지만
풍설 온몸으로 막으며
사십년 넘어 외로이 걸어오신
외길
질기디 질긴 끈을 끊으오니
님이여!
학같이 살으소서
학같이 살으소서.
<金洛中 校長先生님 停年 退任에 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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