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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三月
고층 빌딩 위에 까맣게
애드벌룬 하나
젊음은 자꾸만 날아 오르려 하고
도시는 한사코
줄을 당기고 있다.
겨울이 갇혀 있던
손수건만한 나의 뜨락에
분홍빛 바람기로 피어난
진달래꽃 한 송이
아침에 씹은 풋나물들은
햇살같은 웃음으로 살아 올라서
만나는 사람마다 손잡아 흔들고 싶은
마음은 몽롱한 봄안개
실비 그치면
산꽃이 폭죽처럼 터져 나오고
눈물이 많은 나무는
더욱 고운 새순을 피워 내리라.
영롱한 새 소리에 청람빛 하늘이 녹아
불꽃으로 타오르는 三月에
금광을 캐듯 눈 속에 묻혔던
사랑을 캐보자
소녀야!
글
눈오는 밤에
세상을 지우며
눈이 내린다.
우리들이 걸어 온
발자욱을 덮는다
어지러운 불빛들도 차분히 가라앉고
포장마차엔
어둠이 반쯤 찬 술잔이 하나
술잔 속에 잠겨 있는 얼굴이 하나
술맛처럼 타오르는 옛날을 마시며
창밖을 보면
그믐의 막막한 어둠바다로
한 조각씩 별이 부서져 내린다.
하얗게 덮힐수록 내가슴 속에
솔잎처럼 파랗게 살아나는
그리움을 묻으라고
눈이 내린다.
글
10월 마지막 날
바람부는 날 단풍잎은
높은 음성으로 떨어진다
어느새 지나가버린 인생의 여백이
꽃물로 물들어 추락하고 있다.
은적암 산문을 들어서면
아직도 가을이 남아 있다.
고개 숙이다 만 국화꽃 사이
열 여덟 가을에
산그림자 속으로 숨은 사람
마음속 빈 들판에
언제나 피어 있는 나의 신부여
속세의 옷고름 아직 풀지 않았다기에
갈바람 갈피에 끼어 찾아 왔더니
목탁 소리 사이에 숨어 보이지 않는 사람
부처님 말씀 뒤로 숨어
보이지 않는 사람
염불 가루 먼저 내리는 곳에
아픔의 잎새는 더 곱게 물드는가
청춘의 그림자 보러 왔다가
빈 산만 보고 가는 불혹의 내 발길에
겨울로 넘어가는 달력 한 장처럼
서걱이며 쌓이는 이 진한 허무여
-시작노트-
나는 초등학교 시절 마을 누나를 좋아한 일이 있다. 중학교 다닐 때쯤 그 누나가 마을에서 사라져서 어른들께 사연을 물었더니 중이 되려고 산으로 들어갔다고 하였다. 늘 보고싶고 그리운 마음을 가슴 속에 품고 살았는데, 대학교 3학년 때인가 동학사에서 우연히 만났다. 어린 시절의 즐거웠던 이야기를 하다가 일행들이 기다려서 바로 헤어졌다. 이년 후인가 다시 동학사엘 들렸더니 그 누나 스님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었다. 40이 좀 넘어 어느 암자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더니 그 누님은 속에의 모든 일을 잊고, 정말로 속세의 번뇌를 초월한 스님이 되어있었다. 홀로 돌아오며 섭섭한 심경을 노래한 시다. 그 날이 바로 시월 30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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