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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기다림
막차는
휭 하니
바람만 뿌리고 지나간다.
가슴속에서 무너지는
섬광 하나
건너 뜸 개 짖는 소리
몸을 떠는 늦저녘 달
글
눈 내리는 마을
세상으로 나가는 문들은
닫혀 있었다.
흰 산도라지 꽃 몽롱한 산자락마다
마지막 푸른 목청이 덮이고,
강물은 더 깊은 울음으로 우는데
솔가지 부러지는 산울림 끝에 심지 하나 박고
촛불을 켠다.
살갗마다 일어서는 빛이랑, 외로움이
붉은 포도주 한 잔에 녹아나고,
산마을 밖 두고 온 그리움 눈 속에 묻으면서
참나무 울타리 잎새 떨며 우는 바람에
아우성치는 세간의 정들 먼지처럼 날리리라.
칭얼대며 유리창 두드리는
송이 눈에
어제 일들 깨끗이 털어버리고,
혼자 마시는 술잔 가득
아직도 남아 있는 얼굴 목구멍 속에 구겨 넣어도
잠깐 취기처럼 아득한 세사의 뿌리들이
덮어도 덮어도 지울 수 없는 댓잎으로
돋아나는데
아무도 넘어오지 않는 회재 고개 너머로
오늘 잠시 떼어놓은 이름표를 달고
내일은 또 고개를 넘어가야 한다.
글
산나리꽃
때로는
혼자일 때가
더 외롭지 않을 수도 있다.
닿을 수 없던 한 뼘만큼의 눈물
꽃술 속에 감춰두고
민들레 꽃씨처럼 그리움의
날개를 날려
한 송이 수줍은
산나리 꽃으로 피어날 수 있다면….
때로는
기다리는 것이
더 행복할 수도 있다.
바람이 밟고 가는 나뭇잎 소리에
가슴 설레며
사랑하는 마음
몰래 피었다가 몰래 떨어지는
산나리꽃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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