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석


결석

淸羅 嚴基昌
한 아이의 의자가 비어 있다.

쉰 여섯 중의 하나
그 작은 여백 속에
나의 아침은 떨어져 눕는다.

아이는 지금 어디 있을까
나의 체온이 촛불로 설 수 없는
아이는 지금 어디 있을까

창밖엔 삼월의 햇살이 눈부신데
그늘 속에서 혼자
작은 팔다리 오그리고 있는 아이

튼튼한 쉰 다섯의 얼굴이 흐려지고
점점 확대되는
빈 자리 하나.
posted by 청라

삼월


삼월

淸羅 嚴基昌
나비는 다시 살아서
모두 잠든 빈 江山을 날아다닌다.

서 있으되 마음은 누운
겨울 나무 사이에
三月 만세 소리로 눈뜬 꽃 찾아
더듬이 끝에 등불 달고
나는 나비야,

굳게 입다문 산그늘 허물어진
반달만한 양지에
初産으로 낯붉힌 진홍빛
저 간절한
말 한 마디

외침으로 외침으로 각혈하여
다시 이 강산에
초록의 불꽃을 피워 올려라.
posted by 청라

錦江 가에서


錦江 가에서

淸羅 嚴基昌
가을 강가에 나가서
눈물로 찌들은 옷을 벗자.
푸른 함성으로 달려가는 강물로
눈을 씻고 귀를 씻자.
가장 아름다운 것만 보이게
가장 아름다운 것만 들리게...
씼고 또 씻어
놀빛에 널어 말리면
江은
신선한 음악처럼
山의 마음을 물어 날라서
엊그제 구천동 계곡에서
빗물에 말아 던진 휘파람새 울음소리가
오늘저녁 강물을 보는 내 가슴에 와서
등돌린 친구에게
손을 내밀라 한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