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신

― 思母 十題 3

화톳불 연기가

밤 새 울음소리 지우고 있다.


사잣밥상 아래

백목련 꽃 두어 이파리

어머님이 벗어 던진 이승의 신발


까맣게 지워진 세상이라

더욱 하이얀

한 켤레

적막을 신고

나의 유년시절은 떠나고 있다.


벗겨도 벗겨도 추억의 껍질 남아 있는

고향집 뜰에

오늘도 내 어린 날 살구꽃은 지는데


어느새 이만큼 걸어와 뒤돌아보는

지명(知命)의 내 머리칼에

거뭇거뭇 남아 있는 어리광 싣고 가려고

밤 새 울음소리 지워진 세상

어머님 고무신

더욱 하얗게 빛나고 있다

posted by 청라
 

운상(運喪)

― 思母 十題 2

잔이 내려졌다. 발인제도 끝났다.

상두꾼들은 꽃상여를 메고

마당을 한 바퀴 비잉 돈다.

다시는 못 돌아올 문을 나서면

상두꾼들 노래 소리에 곡소리는 묻히고

철없는 아이들은 낄낄거리며

젯상 앞의 떡들을 들고 뛰는구나.

뜰 앞의 살구나무는 몇 잎

꽃잎을 뿌려 손을 흔들고

한 발짝 한 발짝씩 떠나가는 길

다시 못 올 청산인데

사람들은 호상(好喪)이라고 웃고 떠들며

인생의 또 한 고개를 넘는다.

오르막길 오를 때마다 상여는 멈춰 서고

상주들은 너도나도 돈을 거는데

어머님은 빈 손 맨발로 떠나

저승의 어느 주막에서 울고 있을까.

눈물로 씻고 보면 생전에 걷던

초록빛 발자국 점점이 찍힌 길

요령잡이 만가소리 점점 빨라져

조객들 어깨춤 들썩이는 사이로

어머님 흔적 지우는 연기

내 가슴으로만 내 가슴으로만 따라 오는데

두견새 울음소리로 핏물 젖은 곡을 할꺼나

푸른 봄 하늘에

눈물을 말릴꺼나.

posted by 청라

임종 ― 思母 十題 1

 

임종

                               ― 思母 十題 1


까마귀 울음소리가 물고 가는

어머님 이름

간절한 눈물로 피워낸

진달래꽃 수만 송이로도

어머님 발걸음 막을 수 없었습니다.

다 놓고 떠나시는 어머님 빈 손

육 남매를 묶어 놓던

분홍빛 질긴 끈 위에

우리는 하나씩 손을 얹어 드렸습니다.

철성산 산 그림자가 길어지면서

어스름 따라

남가섭암 목탁 소리가 내려옵니다.

우리를 위해 부처님께 비시던 입술은 굳어

아무 말씀도 하실 수 없고

이제 어머님을 위해 내가 두 손을 모아봅니다.

시냇물들은 어제처럼

제 몸들을 부딪쳐 거품을 피워내고

어머님을 위해 서둘러 달려온 봄은

버들강아지 가지마다

몸부림치며 불꽃 피우는데

어머님 이름이 지워지자

고향 빛깔은

막막한 어둠으로 변했습니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