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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네잎 클로버 깃발처럼 내 가슴에 펄럭이는 날은
Ⅰ. 네잎 클로버를 따서
가슴에 꽂았다.
하루 내내 초록의 문을 열어 맞아들인
그 환한 보름 같은
주문을 안고
기다려도 오지 않는 그 다방 그 자리에서
오늘도 너를 기다려야지
조금은 술에 취한 듯
흔들리는 도시를 안고
굳게 옭힌 매듭을 한 올 한 올 풀면서
네 얼굴 뒤에 숨은
또 하나의 얼굴을 보리라.
Ⅱ. 빌딩 숲 그늘에 눌려 살아서
응달 어린 싹처럼 노랗게 지나온 나날
산보다 더 높이 둥그렇게 달을 띄우고
오늘만은 절대로
허리 굽히고 살지 않으리
키작은 사람은
키작은 사람끼리 어깨동무 하고
마른 수숫대 모여 겨울을 버텨 내듯이
칡덩굴로 한데 얽혀 뻗어 가리라.
네 잎 클로버잎
내 가슴에 깃발처럼 펄럭이는 날은.
글
다듬이 소리
다듬이 소리 청량한 소리
하늘 끝에 하나 남은 별불을 끄고
어둠의 맨땅 위에
길게 누운 아이의 영혼은 들리는가
수목처럼 청청한 목소리로
무한의 바다에 돌을 던지는
엄마의 음성이 들리는가
결고운 細명주
한 올 한 올 다듬는 소리
입을 아이 없는 옷을 만드는
손끝에 바람 이는 마음을 아는가.
글
온실
아픈 마음으로
촛불을 끄지 말자
온실에 가면
가녀린 꽃잎들이 어깨동무로 팔 벌리고
굳게 겨울을 막아 서 있는 것을.
땅 밑으로 믿음의 수액을 교환하며
늘 훈훈한 마음을 지켜가는 것을
꽃들이 서로 정답게
가즈런한 햇살을 나누어 이고
풀무치 소리는 풀무치 소리대로
아무 그늘 밑에서나 반짝이게 하고…
입동 끝 회색 빛 하늘 아래
작은 새처럼 깃 부비며
혼자 떠는 사람아.
온실에 가면
눈부신 손들이 서로 도와 일으켜 세운
아침이 열리느니
아픈 마음으로
촛불을 끄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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