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글
頌詩
학같이 살으소서
나무라 치면
하늘 향해 팔벌린
낙우송이라 할까.
둥치처럼 견고한
내면의 성 쌓으시고
초록빛 그늘 드리운
당신의 가슴은 늘 열려 있어서
목마른 새
날개 지친 새들이
따스한 보금자리를 틀었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몸짓의 껍질을 벗기고
열려진 가슴 사이로 속을 들여다 보면
안경 너머로 건너 오는 눈빛이
너무도 정다워서 고향 같은
당신은
민족의 새벽 등불 들고
빛을 세우던 사람.
한 올씩 나눠주던 당신의 빛으로
삼천리 방방곡곡 조금씩 밝혀지고
그 빛이 다시 빛을 일구어
우리는 이리도 환한
한낮을 맞았더니다.
당신이 가꾸시던 이 꽃밭은 거칠어
아직도 많은 손길이 필요하지만
풍설 온몸으로 막으며
사십년 넘어 외로이 걸어오신
외길
질기디 질긴 끈을 끊으오니
님이여!
학같이 살으소서
학같이 살으소서.
<金洛中 校長先生님 停年 退任에 붙여>
글
야간 자습
투명한 유리창은
아이들의 상승을 가로막는 벽이었다
수많은 목소리에 눌려
작아질대로 작아진 아이들의 소망은
가끔은 무지개빛 호랑나비가 되지만
초록빛 자유로운 바람으로
날아오를 때마다
보이지 않는 철조망은 날개를 찢어 놓았다
벽에 걸린 시계의
초침은 멎어 있었다
영산홍꽃 꽃가지마다
불을 지핀 오월이
산 접동새 소리로 아이들을 데리러 왔지만
유리창에 부딪쳐
힘없이 비가 되었다
어둠을 태우는 형광등
환한 불빛이
우리 아이들에겐 오히려
진한 어둠이었다
글
네잎 클로버 깃발처럼 내 가슴에 펄럭이는 날은
Ⅰ. 네잎 클로버를 따서
가슴에 꽂았다.
하루 내내 초록의 문을 열어 맞아들인
그 환한 보름 같은
주문을 안고
기다려도 오지 않는 그 다방 그 자리에서
오늘도 너를 기다려야지
조금은 술에 취한 듯
흔들리는 도시를 안고
굳게 옭힌 매듭을 한 올 한 올 풀면서
네 얼굴 뒤에 숨은
또 하나의 얼굴을 보리라.
Ⅱ. 빌딩 숲 그늘에 눌려 살아서
응달 어린 싹처럼 노랗게 지나온 나날
산보다 더 높이 둥그렇게 달을 띄우고
오늘만은 절대로
허리 굽히고 살지 않으리
키작은 사람은
키작은 사람끼리 어깨동무 하고
마른 수숫대 모여 겨울을 버텨 내듯이
칡덩굴로 한데 얽혀 뻗어 가리라.
네 잎 클로버잎
내 가슴에 깃발처럼 펄럭이는 날은.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