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대에서

 

경포대에서




유리잔 속에 가득 고인

파도 소리를 마시고

황혼이 뜨겁게 달아 오른

바다를 본다.


끝없이 도약하는 파도와

한 송이씩 피어나는

불꽃

은밀한 눈빛들이 서로 얽히고

눈가루처럼 날리는 어둠.


그대 마음은

바다 물빛이 되라.

나는 따스한 눈빛으로 투신하는

별이 되리니.


상기한 바다는 밤새도록

한 잎의 해당화를 피우기 위해

가파른 기슭을 오르내리고,


새벽이 오면 우리는

갈매기 두 마리로 날자








posted by 청라

三月

 

三月




고층 빌딩 위에 까맣게

애드벌룬 하나

젊음은 자꾸만 날아 오르려 하고

도시는 한사코

줄을 당기고 있다.


겨울이 갇혀 있던

손수건만한 나의 뜨락에

분홍빛 바람기로 피어난

진달래꽃 한 송이


아침에 씹은 풋나물들은

햇살같은 웃음으로 살아 올라서

만나는 사람마다 손잡아 흔들고 싶은

마음은 몽롱한 봄안개


실비 그치면

산꽃이 폭죽처럼 터져 나오고

눈물이 많은 나무는

더욱 고운 새순을 피워 내리라.


영롱한 새 소리에 청람빛 하늘이 녹아

불꽃으로 타오르는 三月에

금광을 캐듯 눈 속에 묻혔던

사랑을 캐보자

소녀야!





posted by 청라

눈오는 밤에

 

눈오는 밤에




세상을 지우며

눈이 내린다.

우리들이 걸어 온

발자욱을 덮는다


어지러운 불빛들도 차분히 가라앉고

포장마차엔

어둠이 반쯤 찬 술잔이 하나

술잔 속에 잠겨 있는 얼굴이 하나


술맛처럼 타오르는 옛날을 마시며

창밖을 보면

그믐의 막막한 어둠바다로

한 조각씩 별이 부서져 내린다.


하얗게 덮힐수록 내가슴 속에

솔잎처럼 파랗게 살아나는

그리움을 묻으라고

눈이 내린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