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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短歌·4
수편선상에 무지개가
영롱히 머리를 든다.
맨드라미만한 섬 하나 못 핀
동해바다
무한의 배꼽 위에
지난 달 영은암 여승방
깨진 거울 속으로 사라진
번뇌의 일곱 가지 갈등
하얀 소름의 소금기
번득이며
파도는 뜨거운 악수를 하고 지나간다.
눈을 감고 바라보면
더욱 선명한
억겁의 파도 소리로 씻어낼 수 없는
당신의 모습
글
短歌·3
눈 위에 떨어진
피 한 방울처럼
너와 나는 남남이다.
새벽부터 목탁 소리가
귓가에 요란하다.
우주를 목도리처럼 목에 두르고
후광에 쌓여 온 너의
하얀 손
그 하얀 손의 고개짓
四十九日 밤낮을 눈 안 붙이고
나를 위해 목탁만 두드리더니
너는 하얗게 승천하고
아직 붉은
나와, 너는 남남이다.
글
短歌·2
나의 검은 구두발이 털을 세우고
조용한 너의
믿음 속으로 들어간다
돌부리를 걷어 차면서 주먹을
내두르면서
긴 뿌리 끝 담담한
너의 바다에 도전한다
수천의 자갈 소리로
온몸 기름을 다 태워 불을 밝히고,
빈 뼈만 하얗게 죽어 있어도
너의 독경 소리는 아직
나의 가슴에
한 송이의 연꽃도 피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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