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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산을 오르며
淸羅 嚴基昌
혼자 일어나 파란 힘줄 돋은
계룡산
등성이를 오르면
이마 위에 말갛게 떠 있는 여백 속에
있는 듯 없는 듯
바람이 칼날처럼 후리고 가고
발아래 겨울을 인 작은 산들이
눈발에 부서지며 녹아들고 있다.
하늘 향해 한번 뾰쪽
솟아보지도 못하고
둥글게 둥글게 잦아든
충청도의 산이기에
흰옷 입은 모습이 더욱 가슴 저미게 젖어오는
산정에 서면
허리 낮추고
억새풀이나 붙안고 사는 능선마다
능선마다
듣는 이 없는 새 울음은 내리고 있다.
계룡산
등성이를 오르면
이마 위에 말갛게 떠 있는 여백 속에
있는 듯 없는 듯
바람이 칼날처럼 후리고 가고
발아래 겨울을 인 작은 산들이
눈발에 부서지며 녹아들고 있다.
하늘 향해 한번 뾰쪽
솟아보지도 못하고
둥글게 둥글게 잦아든
충청도의 산이기에
흰옷 입은 모습이 더욱 가슴 저미게 젖어오는
산정에 서면
허리 낮추고
억새풀이나 붙안고 사는 능선마다
능선마다
듣는 이 없는 새 울음은 내리고 있다.
글
금강
淸羅 嚴基昌
강 윗마을 이야기들이 모여
만들어진
초록빛 섬에
물새는 늘 구구구
꿈꾸며 산다.
숨쉬는 물살 그 가슴에
한 송이씩
봉숭아 꽃물빛 불이 켜지면
미루나무 그늘을 덮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새,
역사는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말갛게 씻겨
모래알로 가라앉고
혹은
강둑 이름 모를 풀꽃으로 피는데
강심에 뿌리 내린 바위야
나도 이 비단결에
곱게 새겨지는 이름으로 남고 싶다.
그대 속삭임 들리는 곳이면
어디서나 발돋움하는
키큰 나무가 되고 싶다.
만들어진
초록빛 섬에
물새는 늘 구구구
꿈꾸며 산다.
숨쉬는 물살 그 가슴에
한 송이씩
봉숭아 꽃물빛 불이 켜지면
미루나무 그늘을 덮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새,
역사는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말갛게 씻겨
모래알로 가라앉고
혹은
강둑 이름 모를 풀꽃으로 피는데
강심에 뿌리 내린 바위야
나도 이 비단결에
곱게 새겨지는 이름으로 남고 싶다.
그대 속삭임 들리는 곳이면
어디서나 발돋움하는
키큰 나무가 되고 싶다.
글
山 속의 찻집
淸羅 嚴基昌
구천동 돌아오는 물소리가
꿈결 같은
산 속의 찻집
엽차를 내놓는 主人의
눈빛 속에
아련히 산수리치 냄새가 풍기고
철이른 눈발이
새소리처럼 반짝이는
정결하게 가라앉은 산의 가리마
무엇을 위해서 뛰고 있는가?
반쯤 감긴 잠 속으로
돌 돌 돌
스며오는 맑은 물소리
찻잔 속에 가라앉은
세상이
꿈 밖에 멀다.
꿈결 같은
산 속의 찻집
엽차를 내놓는 主人의
눈빛 속에
아련히 산수리치 냄새가 풍기고
철이른 눈발이
새소리처럼 반짝이는
정결하게 가라앉은 산의 가리마
무엇을 위해서 뛰고 있는가?
반쯤 감긴 잠 속으로
돌 돌 돌
스며오는 맑은 물소리
찻잔 속에 가라앉은
세상이
꿈 밖에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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