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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은행동 오후
淸羅 嚴基昌
내가 빌딩숲 사이에서
싸리꽃으로 핀다면
피는 거지.
쓸어내도 쓸어내도 마르지 않는
저 소음의 한끝을 잘라내고
내 고향 太華山
산 자장가 소리 뿌릴 수 있다면 뿌리는 거지.
아무리 질긴 뿌리라도, 내 사랑
아스팔트 바닥 위에선 싹이 틀 수 없다는
친구여, 믿게나
오늘 오후에도 지하도 입구에서 만나는
빈 접시 하나
흔들리지 않는 맹인의 눈빛
향기를 하나 가득 담아 주겠네.
싸리꽃으로 핀다면
피는 거지.
쓸어내도 쓸어내도 마르지 않는
저 소음의 한끝을 잘라내고
내 고향 太華山
산 자장가 소리 뿌릴 수 있다면 뿌리는 거지.
아무리 질긴 뿌리라도, 내 사랑
아스팔트 바닥 위에선 싹이 틀 수 없다는
친구여, 믿게나
오늘 오후에도 지하도 입구에서 만나는
빈 접시 하나
흔들리지 않는 맹인의 눈빛
향기를 하나 가득 담아 주겠네.
글
인형의 노래
淸羅 嚴基昌
새벽 안개 속에 버려진 인형 하나가
必死의 긴 밤을 지새우고 있다.
파란 칼날처럼 날세운 그믐달
가슴에 걸고
새빨간 알몸으로 불타고 있다.
소리 없는 울음 하나가
한 개씩의 별을 끄면서
하늘은 쪽빛으로 맑게 풀리고
아침의 발자국 소리 가까워 온다.
어둠의 깊은 층계 밑에서
가슴 울리는 소리 들리는가
한 파람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또 한 개씩 바램의 불을 켜면서
이리 오라고 이리 오라고
전신으로 흔드는 인형의 작은 손바닥들이
아이들 새벽 꿈밭에 만장처럼 펄럭인다.
必死의 긴 밤을 지새우고 있다.
파란 칼날처럼 날세운 그믐달
가슴에 걸고
새빨간 알몸으로 불타고 있다.
소리 없는 울음 하나가
한 개씩의 별을 끄면서
하늘은 쪽빛으로 맑게 풀리고
아침의 발자국 소리 가까워 온다.
어둠의 깊은 층계 밑에서
가슴 울리는 소리 들리는가
한 파람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또 한 개씩 바램의 불을 켜면서
이리 오라고 이리 오라고
전신으로 흔드는 인형의 작은 손바닥들이
아이들 새벽 꿈밭에 만장처럼 펄럭인다.
글
하늘
淸羅 嚴基昌
십자매 울음 소리엔
초록빛이 걷히어 있다.
물 한 모금의 자유를 마시는
부리 끝에서
일모의 햇살이 퍼덕이고 있다.
산을 모르는 아이 하나는
울 안을 기웃대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칠성산 나리꽃빛이 익은 눈에는
나리꽃 같은 꿈 한 그루
피워낼 수 없다.
빌딩에 막힌 우리집 창가에서
손수건만한 하늘을 보듯
십자매 두 마리 눈 속에 고여 있는
분꽃만한 하늘
초록빛이 걷히어 있다.
물 한 모금의 자유를 마시는
부리 끝에서
일모의 햇살이 퍼덕이고 있다.
산을 모르는 아이 하나는
울 안을 기웃대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칠성산 나리꽃빛이 익은 눈에는
나리꽃 같은 꿈 한 그루
피워낼 수 없다.
빌딩에 막힌 우리집 창가에서
손수건만한 하늘을 보듯
십자매 두 마리 눈 속에 고여 있는
분꽃만한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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