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衣천사송


白衣천사송

淸羅 嚴基昌
창밖엔 겨울 찬 바람이
길게 울부짖으며
지나간다.

白衣를 몸에 걸치고
정결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면
환히 불밝힌 병동의
어느 창가에
오늘밤 불이 꺼질지 몰라

달리는 눈높이에서 별꽃 하나 지면
神이여!
조용히 일어서는 봉숭아 꽃물 같은
작은 사랑으로
벼랑 끝을 지켜주는 강한 밧줄이 되게 하소서.

약수물처럼 정갈히 빚은
天使의 눈빛 속에서
나는
새벽을 몰고 오는 종소리를 듣는다.
posted by 청라

결석


결석

淸羅 嚴基昌
한 아이의 의자가 비어 있다.

쉰 여섯 중의 하나
그 작은 여백 속에
나의 아침은 떨어져 눕는다.

아이는 지금 어디 있을까
나의 체온이 촛불로 설 수 없는
아이는 지금 어디 있을까

창밖엔 삼월의 햇살이 눈부신데
그늘 속에서 혼자
작은 팔다리 오그리고 있는 아이

튼튼한 쉰 다섯의 얼굴이 흐려지고
점점 확대되는
빈 자리 하나.
posted by 청라

삼월


삼월

淸羅 嚴基昌
나비는 다시 살아서
모두 잠든 빈 江山을 날아다닌다.

서 있으되 마음은 누운
겨울 나무 사이에
三月 만세 소리로 눈뜬 꽃 찾아
더듬이 끝에 등불 달고
나는 나비야,

굳게 입다문 산그늘 허물어진
반달만한 양지에
初産으로 낯붉힌 진홍빛
저 간절한
말 한 마디

외침으로 외침으로 각혈하여
다시 이 강산에
초록의 불꽃을 피워 올려라.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