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금강

淸羅 嚴基昌
강 윗마을 이야기들이 모여
만들어진
초록빛 섬에
물새는 늘 구구구
꿈꾸며 산다.
숨쉬는 물살 그 가슴에
한 송이씩
봉숭아 꽃물빛 불이 켜지면
미루나무 그늘을 덮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새,
역사는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말갛게 씻겨
모래알로 가라앉고
혹은
강둑 이름 모를 풀꽃으로 피는데
강심에 뿌리 내린 바위야
나도 이 비단결에
곱게 새겨지는 이름으로 남고 싶다.
그대 속삭임 들리는 곳이면
어디서나 발돋움하는
키큰 나무가 되고 싶다.
posted by 청라

山 속의 찻집


山 속의 찻집

淸羅 嚴基昌
구천동 돌아오는 물소리가
꿈결 같은
산 속의 찻집

엽차를 내놓는 主人의
눈빛 속에
아련히 산수리치 냄새가 풍기고

철이른 눈발이
새소리처럼 반짝이는
정결하게 가라앉은 산의 가리마

무엇을 위해서 뛰고 있는가?
반쯤 감긴 잠 속으로
돌 돌 돌
스며오는 맑은 물소리

찻잔 속에 가라앉은
세상이
꿈 밖에 멀다.
posted by 청라

아침


아침

淸羅 嚴基昌
계룡산 쪽으로 문을 열리

핏줄 속을 졸졸졸
도랑물 소리로 울리게 하면
뿌리 끝 어디엔가 아슴아슴 누워 있던
내 어릴적
칡맛 같은 정신이 살아나서

그대가 내 그림자를 밟고
문패를 달고 있는 나무라지만
우리가 맺은 이 진한 고리로
목탁 소리를 심어 그대 앞길 빌어 주리

한 방울 이슬에 갇혀
떨어지는 아침이라도
계룡산 쪽으로 문을 열리

마음을 비워 놓고
큰 산이 되리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