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시/제3시집-춤바위 2012. 6. 2. 07:14
  • 너무 좋아요!^^

    백지연,정영화 2012.06.06 20:12
  • 오오오 선생님 짱

    임수진 2012.06.06 20:12
  • 바다는 역시 다 담을 수 없는가 봅니다.

    김가환 2012.06.09 14:24

바다

 

 

눈을

부릅떠도

한눈에 다 담을 수 없어

 

눈을 감았다.

 

아이처럼

한 가슴에

가득 안기는 바다……

 

2012. 6. 2

 

posted by 청라

기다림

시/제3시집-춤바위 2012. 5. 18. 08:47

기다림

 

 

연초록 그늘에서

4월 아니 잊고 왔다고

꾀꼬리 호들갑스레 울었다.

 

꾀꼬리 울음에

온 산 무너지듯

날리는 송홧가루.

 

하루 종일

내 마음으로 올라오는

저 아래 산길

 

철 늦은

아지랑이

구름 그림자만 아른거렸다.

 

2012. 5. 18

posted by 청라

핑크빛 천사

시/제3시집-춤바위 2012. 5. 6. 08:54

핑크빛 천사

-충남대학교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를 예찬하며

 

엄 기 창

 

 

끝없이 타오르는 그대들의 기도가

밤새워 지키고 있는 모니터에는

깜박거리는 생명들이

수없이 매달려 있다.

출렁거리던 선들이

일직선으로 무너질 때에

그대들 가슴으로 모여들던

그 긴 겨울밤의 어둠,

하얀 국화꽃을 내려놓던

아픔의 역사도 함께 매달려 있다.

생명의 불꽃 하나를 가꾸기 위해

모두 잠든 새벽에 별처럼 깨어나서

가래를 닦는다.

그르렁거리는 목 너머에서

연약한 생명은 자꾸 꺼지려 하고

지탱하던 팔뚝에서는 힘이 빠지는데,

밤늦게 수술을 마치고 들어온

한 노인의 끝없는 욕설에도

그대들의 얼굴에 환하게 피어있는

연꽃 같은 미소여!

온 세상 가장 밝은 빛만을 모아 밝혀놓은

꺼지지 않는 생명의 등불이여!

난파難破한 목숨들이 널려있는

황량한 중환자실

외로운 망루를 지키고 있는, 그대들은

핑크빛 천사!

 

2012, 5, 6

 

 

 

posted by 청라

맹인盲人의 그림 보기

시/제3시집-춤바위 2012. 4. 10. 14:57

맹인盲人의 그림 보기

 

 

햇살 가득한 날도

가슴에 늘

장맛비를 안고 사는 사람

 

개나리꽃

피거나 말거나

맹인盲人 지팡이 짚고 미술 전시회 가네.

 

산수도山水圖 앞에 삐딱하게 서서

고개를 끄덕이면

순간, 실내는 뒤집어지네.

 

하나를 보면

하나밖에 모르는 놈들

맹인은 산수도에서 우주를 보네.

 

앞을 못 보아서

더 큰 세상을 보네.

 

2012. 4. 10

posted by 청라

우리가 곁에 있습니다

시/제3시집-춤바위 2012. 3. 24. 07:54

우리가 곁에 있습니다

                -
신규 교사들을 환영하며- 

 

새 아침의 햇살입니다.

조금은 어두운 솔뫼의 동산이

당신들의 날개 짓에 환해지네요.

 

따뜻하게 뎁혀진 순수한 가슴으로

아이들의 심장에

넘치는 사랑을 전해주세요.

 

머리보다 먼저 그렇게 가슴으로 다가가서

아이들의 겨울을 쓸어내고

몇 올 봄의 씨앗을 심으십시오.

 

당신들의 시작은

새벽처럼 새로움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내딛는 발걸음에서 불안감을 지우십시오.

 

때로는 가시덤불 고갯길을 만날 때

넘치는 자신감으로

넘어가세요.

 

그래도

막막한 어둠으로 앞길이 보이지 않을 때

조용히 손을 내밀으세요.

 

당신들이 외로울 때

우리가 곁에 있습니다.

풋풋한 당신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2012. 3. 24

 

 

posted by 청라

세차를 하며

시/제3시집-춤바위 2012. 3. 9. 10:15

세차를 하며

 

타이어를 닦는다.

물줄기 돋워 배설을 하듯

폭포처럼 힘차게 뿌린다.

 

진흙이 씻겨 나가고

구석구석 배어든 지난겨울의 잔재殘在

염화칼슘의 독기마저 흔적없이 지워지고

 

마지막

내 의식에 잠재潛在된

고양이 비명소릴 씻는다.

 

떡칠하듯 세제를 발라

솔로 박박 문질러도

어느 저녁 어스름 무심코 깔아버린

고양이의 단말마斷末魔

 

피나도록 피나도록

타이어를 문지르며

서툰 呪文을 외어봐도

 

자동차 바큇살에 묻어 끝까지

따라올 것 같은 예감

야옹!

야---아옹…….

 

2012. 3. 9


posted by 청라

마곡사麻谷寺에서

시/제3시집-춤바위 2012. 3. 3. 10:24

麻谷寺에서

 

저녁 범종梵鐘소리가

사바세계로 건너갑니다.

종신鐘身을 들어 올린 용뉴龍紐

용음龍音으로 일어서서

오층석탑 가슴 언저리를

한 바퀴 돌고

잠든 풍경風磬소릴 깨워 어깨동무를 합니다.

대광보전으로 날아들어

부처님 입가에 떠도는

미소를 조금 퍼 담아

칠채 빛 소리로 극락교를 건넙니다.

천왕문을 지나

해탈문을 나설 때

저녁 예불 범창梵唱소리 따라 나섭니다.

모든 소리들이 숨을 죽입니다.

이제 저 부처님의 손길이

태화산 솔바람에 기척을 숨기고

지친 사람들의 처마 밑으로 스며들겠지요.

마음속에 칼을 품은 사람은

칼을 내려놓고,

삼화三火에 떠는 사람들도

번뇌를 내려놓을 것입니다.

욕계欲界의 황혼이 정결한 어둠에 가라앉고

다시 어둠을 쓸어내듯

맑게 씻긴 하늘에 연등처럼 초승달이 떠오릅니다.

청명淸明의 숨결이 연둣빛 생명으로 어리는

벚나무 곁에

나는 조그만 돌부처로 서 있습니다.

범종소리의 여운이 사라지지 않는 동안은

반쯤 깨어져도 천 년을 지워지지 않는

돌부처의 미소를 연꽃처럼 피운 그대로…….

 

2012. 3. 3

posted by 청라

부처님 미소

시/제3시집-춤바위 2012. 2. 20. 05:34

부처님 미소

 

 

조금씩 조금씩 번지다가

온 얼굴

가득한 자비慈悲

 

닮을 수가 없다.

 

마곡사 범종소리로

욕심을 씻고

탑을 돌면서 마음을 비워 봐도.

 

이순耳順을 지나면서

내 마음의 갈대밭에 연꽃을 피워보려는

평생의 꿈을 버렸다.

 

어느 날 아침 세수를 하다가

문득 거울 속에

비친

 

조금씩 조금씩 번지다가

온 얼굴

가득한 평화平和.

 

 

2012. 2. 20

posted by 청라

붉은 산

시/제3시집-춤바위 2012. 1. 29. 21:06

붉은 산

 

된서리 쏟아진 아침

시루봉 정상頂上

몇 잎 붉은 물 번지더니

 

무심히 방관傍觀하는 사이

온 산이 불타듯

단풍으로 점령占領되어 버렸다.

 

초록의 살밑에 초록인 듯

초록인 듯

한여름 숨어 살다가

 

때로는 초록보다 더 진한

진초록으로 위장僞裝하고 있다가

 

칼바람 하나 입에 물고

순식간에 온 산을 지배支配하는

빛의 반란反亂!

 

사람들은 알지 못하지.

단풍에 취해 넋을 잃고 살다 보면

겨울이 온다는 것을,

 

혹독酷毒한 눈보라가

온 산을 뒤덮는다는 것을.


2012. 1. 28

 

 

 

posted by 청라

마티고개

시/제3시집-춤바위 2011. 11. 10. 09:36
  • 선생님 시 멋있어요! 특히 기다림 하나 이부분 너무 좋아요>_<

    장하늘 2011.12.27 21:58

마티고개

 

 

속이 뻥 뚤려

시원하지?

 

물으면

 

버려진 길 더 야윈 고갯마루

목 길-어진

느티나무 꼭대기에 

 

한사코 매달린 늦가을

기다림 하나……
.

 

 

2011. 11. 10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