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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제7시집에 해당되는 글 42건
- 2025.07.12 인생
- 2025.07.02 꽃도 당신을 위해 피었나보다
- 2025.06.11 불타는 시월 1
- 2025.06.11 5월 산행
- 2025.03.09 보길도에서 손을 흔들다
- 2025.02.16 아내의 외출
- 2025.02.03 눈 오는 밤에
- 2024.12.23 가을 독수리
- 2024.12.18 약속
- 2024.11.29 공명共鳴 1
글
인생
자다가 문득 일어나서
당신의 얼굴 바라보니
새벽 달빛 더 환하게
주름살마다 새겨진 우리 세월을
쓰다듬어 주네
다 늦게 사랑을 알 만하니
번뇌 한 아름 따라오고
아픔과 동무로 살다 보니
인생을 알게 되네
인생은
꽃길만 가는 게 없더라
비틀비틀 가더라
글
꽃도 당신을 위해 피었나보다
사람은 몰라봐도
꽃은 알아보나 보다
꽃의 마음이 향기롭다는 것은
아직 잊지 않았나 보다
활짝 웃는 그 모습을 보면
아내는 아이처럼 박수 치며
반겨주기에
우리 아파트 산수유 꽃은
겨울을 뿌리치고
서둘러 당신을 향해 달려왔나 보다
글
불타는 시월
친구는 혼자 화를 내다
절교를 선언하고 돌아가고
나는 접시에 고기처럼 쌓인 폭언을
안주삼아
눈물로 소주를 마신다
창밖엔 우리 나이만큼의 가을이 익고 있다
불판의 열기처럼 분노로 달궈졌던 친구
다 늙은 나이에 무슨 미련이 남아서
시국 얘기 한 마디에 산산조각 낸
오십년 우정
한 쪽으로만 배가 기운다는 건
침몰하고 있다는 일이다
몇 잔 마신 취기에 어지럽게 뒤섞여
노을인양 출렁거리는
불타는 시월
글
5월 산행
산은 한사코
나를 반겨 손을 흔들고
안개는 품을 벌려
감싸 안으려 한다
찔레꽃 향기가 불러서 왔는데
세상의 근심 말끔히 살라주는
초록빛 불길
느닷없는 뻐꾸기 소리에
딸꾹질하는 산
풀썩이는 송홧가루
글
보길도에서 손을 흔들다
마지막 배는 떠나가고
포구는 적막에 젖는다
이별이 숙명이라면
기쁘게 손을 흔들자
깊게 들이마셨다 내뱉는
담배연기처럼
외로움을 즐기자
안개는 눈물인 듯 섬을 채우려 하고
가로등 하나 한사코
절망을 벗겨놓는다
글
아내의 외출
노을 걸치고
집에 돌아오니
아내는 없고
애들 엄마도 없고
색동옷 입은 아이만 하나
반겨주던 웃음도
외출을 했나
거실엔
주인처럼 들어와 자리잡은
쓸쓸한 겨울
글
눈 오는 밤에
한 사흘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평생 쌓아올린 이름도 벗어놓고
예닐곱 살 어린 날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눈 속에 고구마를 몰래 묻어놓으면
길어도 헛헛하지 않던 겨울밤
화롯가에 모여앉아
할머니 옛 얘기에 눈을 반짝이며 가슴 졸이던
추억의 도화지에
평생을 그리운 그림으로 남아있는 것들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
밤새도록 꿈 밭에서 서성이고
형이 뒤척이면 이불 밖에서 내 다리가 얼던
세상으로 나가는 통로들 모두 막아놓고
예닐곱 살 그 날에 갇혀봤으면 좋겠다
글
가을 독수리
한화이글스 우승을기원하며
창공에 독수리가 날아올라야
가을이다
양 발톱에 호랑이 사자를 움켜지고
창날 같은 부리로
곰을 쪼아 물고
하늘 가장 높은 꼿
날고 있어야 가을이다
봄날의 비바람과 여름날의 천둥도
독수리 비상을 위한
하늘의 안배
세상 가장 높은 곳까지 날아올라라
가을 독수리는 목소리에도 힘이 올라서
한 번 호령하면
산천이 떨고
추풍낙엽으로 떨어져야 가을이다
글
약속
너라도 있어야 솜털만큼
꿈 꿀 수 있을게 아니냐
피는 꽃 뜨는 달을 바라보며
기다릴 수 있을게 아니냐
곧바로
암흑으로 떨어져
숨을 멈추는 일이 없을게 아니냐
글
공명共鳴
지우다 만 연지처럼
젊음이 다 못 바랜 단풍잎 위에
엄중한 선고인가 눈이 내린다
아내여
이룬 것 다 버리고
다섯 살로 돌아갔지만
당신의 웃음이 너무 맑아서
가슴으로 울린다네
웃음 속에 숨어있는 진한 통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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