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문에 기대어

시조 2016. 1. 10. 08:22

일주문에 기대어

 

 

들어가면

바람 되고

나오면

티끌 되네.

 

바람도

티끌도

내 몸에는

안 맞는 옷

 

일주문 기대어 서서

그냥 허허 웃으려네.


2016. 1. 9

posted by 청라

삼불봉 해맞이

 > 종합뉴스 > 사람들
[시가 있는 목요일] 삼불봉 해맞이
엄기창  |  chungnamilb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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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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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더 큰 가슴을 열어 해를 맞아보자.

상서로운 햇살을
경상도의 골목에만 고이게 하지 말고
전라도의 골목에만 고이게 하지 말고

대한민국의 온 골목을
비추게 하자.

꿈이 없는 젊은이들의 마을에
매화꽃을 피워주고

제야除夜의 어둠이 빙산처럼 버티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뒤뜰에도
희망이 움트게 하자.

올바른 일에는 박수치고 밀어주며
그른 일은 한마음으로 꾸짖으며

좌익도 우익도 버리고
오로지 대한민국 국민 하나가 되자.

새해에는
더 뜨겁던 시절의 열정을 찾아보자.

그리하여
꺼져가는 대한민국의 엔진에
날개를 달아주자.


posted by 청라

금강 하구河口에서

시조 2016. 1. 8. 07:36


금강 하구河口에서

 

 

어릴 때 띄워 보낸

그리움의 씨앗들아!

대양大洋을 떠돌면서

내 마음 못 전하고

하구河口에 주저앉아서

갈대꽃으로 피었구나.

 

아쉬움이 고여서

젖어있는 습지濕地 머리

삭히고 씻은 말들

솜털처럼 내두르며

삭풍에 시잇 시이잇

온몸으로 울고 있다.

 

육십 년을 목청 돋워

날 부르고 있었는가

실처럼 가는 목이

된바람에 애처롭다.

철새들 한 입 물었다가

뱉어내는 목 쉰 외침.


2016. 1.8





posted by 청라

가시

가시

 

 

탱자나무 큰 가시는 누군가를 찌르려고

한사코 침을 세운 것은 아니다.

 

탱자의 신 맛에 욕심을 부리지만 않는다면

허공을 향해 그냥 솟았다가

탱자 빛깔로 물들어 무디어질 것이다.

 

세상에는

보이는 가시보다

보이지 않는 가시가 무서운 법이다.

 

네 혀는

누구를 해치려고 그렇게 날카로운 것이냐

탱자나무 가시보다 더 크고 험상궂은

감춰진 가시

 

남의 속살을 헤집어

아프게 하고

피를 흘리게 하고

그래서 네가 빛나는 것이 무엇이 있느냐.

 

찌르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네 숙명이 슬프다.

세우는 것보다 세상을 무너뜨리는

너희들의 성때문에

 

깃발 들고 목소리 큰 자들은

양지쪽에 모여들고

입 다문 정의로운 사람들은

그늘로 밀려나고 있다.

 

가시 풀 무성하게 우거지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보며

철없던 시절

박수치며 환호하던 그 손으로

 

그 손에 쥐어진

내 한 표의 힘으로

너희들을 봉인封印한다.

 

세상을 아름다운 눈으로 보고

가꿀 줄 아는 사람만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

 

 

2015. 12. 29

문학저널163(20176월호)

posted by 청라

도자기 무덤

시조 2015. 12. 25. 11:04

도자기 무덤

 

 

살점마다

쌓인 한만큼

달빛을 

머금었다.

 

삶의 

받침대에

손때 한 번 

못 묻히고

 

지옥 불 

나오자마자

깨져버진 생명들아!

 

2015. 12. 25

 

posted by 청라

제14회 정훈문학상 대상 시상

엄기창 관련 기사 2015. 12. 12.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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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마당
[제14회 정훈문학상 시상식] "부끄럽지 않은 작품쓰는 문인될 것"
엄기창 시인 대상 소감 밝혀…'받고 싶었던 상 수상에 영광"
데스크승인 [ 18면 ] 2015.12.11  최일 전우용 | choil@ggilbo.com  
  
제14회 정훈문학상 시상식이 10일 한남대 56주년기념관에서 열려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작품상 수상자인 이태진 시인, 이광희 금강일보 사장, 곽우회 정훈문학상운영위원장, 대상 수상자인 엄기창 시인, 리헌석 ㈔문학사랑협의회 이사장. 전우용 기자 yongdsc@ggilbo.com

충남 공주 출신의 엄기창 시인이 ‘제14회 정훈문학상’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본보 11월 10일자 1면 보도>

금강일보사와 ㈔문학사랑협의회는 10일 한남대 56주년기념관에서 ‘제14회 정훈문학상’ 시상식을 갖고 엄기창 시인에게 대상을, 이태진 시인에게 작품상을 수여했다.

엄기창 시인은 “꼭 받고 싶었던 상을 수상하게 돼 기쁘고 영광스럽다. 고향을 빛낸 선배시인, 대전 문학의 지평을 연 정훈 선생의 이름이 붙여진 상이라 그렇다”라며 “부끄럽지 않은 좋은 작품을 쓰는 문인이 되고, 지역 문학 발전에 공헌하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해 본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태진 시인은 “부족한 저에게 큰 상을 주셔서 감사드린다”라며 “순수한 시간은 문학을 접하는 순간이다. 시인의 마음을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단단히 묶어두는 연습을 계속 배우고 익혀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1975년 월간 ‘시문학’의 추천을 받아 등단한 엄기창 시인은 지역 문단에서 순수 서정시의 대표적 시인으로 꼽힌다. 공주사대 국어교육과 재학 시 ‘시문학’ 주최 전국 대학생 공모전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바 있는 엄 시인은 대전문인협회 부회장, 한국문학교육연구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태진 시인은 2007년 ‘문학사랑’ 신인작품상으로 등단했고, 대전예총에서 40세 이하 예술가들에게 수여하는 ‘제11회 대전예술신인상’을 수상했다. 한남대 시설관리팀 직원으로 재직하면서 희망의책 대전본부 ‘이달의 책’ 선정위원 겸 사무간사를 맡고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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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문학상 대상 수상 보도

엄기창 관련 기사 2015. 12. 1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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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14회 정훈문학상 대상에 엄기창 ‘춤바위’
데스크승인 [ 1면 ] 2015.11.09  최일 기자 | choil@ggilbo.com  
  
엄기창 시인(좌), 이태진 시인
  
 

금강일보사와 ㈔문학사랑협의회가 공동주관하는 ‘제14회 정훈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엄기창 시인의 시집 ‘춤바위’, 작품상 수상작으로 이태진 시인의 시집 ‘슈즈를 타고’가 각각 선정됐다.

정훈문학상운영위원회는 지난 6일 금강일보 회의실에서 곽우희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5명의 심사위원이 총 41명의 응모자들을 대상으로 심사를 벌여 이같이 수상작을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1975년 월간 ‘시문학’의 추천을 받아 등단한 엄기창 시인은 지역 문단에서 순수 서정시의 대표적 시인으로 꼽힌다. 공주사대 국어교육과 재학 시 ‘시문학’ 주최 전국 대학생 공모전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바 있는 엄 시인은 대전문인협회 부회장, 한국문학교육연구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태진 시인은 2007년 ‘문학사랑’ 신인작품상으로 등단했고, 대전예총에서 40세 이하 예술가들에게 수여하는 ‘제11회 대전예술신인상’을 수상했다. 한남대 시설관리팀 직원으로 재직하면서 희망의책 대전본부 ‘이달의 책’ 선정위원 겸 사무간사를 맡고 있다.

제14회 정훈문학상 시상식은 내달 10일 한남대 56주년기념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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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시조 2015. 12. 5. 11:16

제비꽃


이파리 하나라도 들킬까봐 움츠리고

풀 뒤에 숨어 읊조리는 자줏빛 저 고백을

가다가 쪼그려 앉아 하염없이 듣고 있네.


2015. 12. 5


posted by 청라

동방의 횃불

-길림 문학사랑성립成立 5주년을 축하하며

 

 

눈 감으면 들린다.

삭풍 몰아치는 북녘 땅

하이란강 물소리와 말 달리는 소리가.

 

구국救國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선조들의 고귀한 씨앗

툰드라의 땅에 떨어져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서

거대한 화원花園을 이뤘나니

 

모든 것을 쇳물로 녹여

저희 몸에 덧입히는

중화中華의 불가마 속에서도

 

백두白頭의 얼 굳게 지켜

교목喬木처럼 둥치 키워가는

길림 문학사랑성립成立 5주년에 박수를 보내노라.

 

먼지처럼 쌓이고 쌓인 고난의 역사

자양분 삼아

어깨동무하고 오순도순 걷다가 보면

 

긴 겨울 매서운 칼바람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동방의 횃불로 서리.

 

posted by 청라

작은 음악회

작은 음악회

 

                         송은애의 '산다는 것은'에 다녀와서



오카리나 소리에

더욱 현란絢爛해지는 낙엽들의 춤

 

녹차 한 잔 마시며

음악 소리에 취하다 보면

나도 빨갛게 물들어 춤추는

늦가을 나비가 된다.

 

아름답게 산다는 것은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일이다.

 

지붕이 낮은 사람들의 마을엔

이미 겨울이 와 있지만

시를 태우고 노래를 태워

추위를 녹히려고 피워올리는 저 작은 기도

 

아이들의 박수 소리에

떨어지던 잎새들이 다시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었다.

 

 

2015. 11. 23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