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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거꾸로 선 나무
세상은 안개 세상 한 치 앞도 안 보이고
옳은 것 그른 것도 능선처럼 흐릿하다.
물 아래 물구나무로 입 다물고 섰는 나무.
거꾸로 바라보면 세상이 바로 설까
호수에 그림자로 뒤집어 다시 봐도
정의도 불의도 뒤섞여 얼룩덜룩 썩고 있다.
여명이 밝아 와도 배는 띄워 무엇 하랴.
부귀도 흘러가면 한 조각 꿈인 것을
차라리 물 깊은 곳에 집을 틀고 싶은 나무
2019. 9. 25
글
산울림
비 온 후 계족산이
새 식구 품었구나.
눈빛 맑은 물소리와
새 사랑 시작이다.
마음이 마주닿는 곳
향기 짙은 산울림
2019. 9. 23
글
별
높은 곳에 떠 있다고
모두 빛나는 것은 아니다.
빛이 난다고
모두의 가슴에 반짝이는 것은 아니다.
그믐의 어둠 앞에 선 막막한 사람들
앞길을 밝혀주기 위해
하나 둘 깨어나는 별
세상이 캄캄할수록
별은 더 많이 반짝인다.
별이 반짝일 때마다
막막했던 가슴마다 한 등씩 불이 켜진다.
나는 언제나
거기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위안을 주는
별 같은 사람이 되랴.
2019. 9. 21
『시와 정신』72호(2020년 여름호)
글
생가 터에 앉아
버려진 구들장을
슬며시 뒤집으면
무심코 흘리고 간
어린 날 내 웃음소리
누나야
수틀에 담던
뽀얀 꿈은 어디 갔나.
무너진 골방 터엔
어머니 베틀소리
누군가 베어버린
감나무 썩은 둥치
아버지 못다 한 꾸중
회초리로 돋아있다.
물 사발로 다스렸던
허기증도 그리워라
육 남매 쌈박질로
몸살 앓던 마당에는
머언 길
돌아와 보니
콩 포기만 무성해라.
2019. 9. 8
글
회전목마
야당일 땐 장외 농성 여당일 땐 강압 통과
바뀌면 또 그 타령 돌고 도는 회전목마
다 함께 어깨동무로 나라 걱정할 날 있을까.
2019. 9. 6
글
고희古稀 고개
무엇을 가르쳤나
나 자신도 모르면서
세월에 떠밀려서
올라온 고희古稀 고개
마음이
흐르는 대로
강물처럼 내려가리.
글
가을비
새벽 닭 울기 전에
가을비야 그치거라.
전화 벨 울릴까봐
가슴은 조마조마
동해로 가자는 약속
미루자면 어쩌리.
2019. 9. 2
글
시 주정酒酊
달밤에 꽃 그림자
술잔을 기울이다
취흥에 두견처럼
시 주정酒酊을 하여보네.
시재詩才야 시선詩仙을 따를까
멋진 흉내만 내어보네.
술기운에 뿌린 시가
내년 봄에 꽃피울까
누군가 술에 취해
내 시를 읊조릴까
이생에 큰 욕심 없지만
시 몇 수는 남기고 싶네.
2019. 8. 31
글
사하촌寺下村
목탁소리 몇 소절이 마을을 쓸고 간 후
개 망초 피어나듯 골목마다 맑은 웃음
내 고향 절 아래 마을 흰 구름 모이는 곳
가끔은 석가불님 미소가 떠내려 와
어두운 처마 끝에 등불로 피던 마을
떡 사발 주고받던 담 풀꽃처럼 환한 인정
진달래 망울 트면 날 부르러 오던 남풍
아버님 한숨으로 영 못 넘던 회재 고개
풀 향기 등 떠밀어서 넘어오던 인생 고개
말리며 보내는 마음 사랑보다 진하더라.
어머님 비는 손에 달빛이 휘감겨서
앞산이 따라다니며 모진 바람 막아줬지.
소년은 흙 빛 잃고 시간 속을 왔건마는
무심코 흘리고 온 열병 같은 사랑 하나
죽어도 버리지 못할 젖 내 같은 고향 하나
2019. 8. 28
글
정
저승잠 자다가도
당신 없으면 금방 알지
사십 년 찌들었던
된장 냄새, 김치 냄새
코끝에 멀어지면서
몸이 먼저 깨는 걸
2019.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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