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달

그믐달

 

 

하늘은

은장도 하나 파랗게 날 세워

무얼 지키고 있나.

 

지킬 것 하나 없는

지상의 마을

 

부엉새만 어둠을 운다.

posted by 청라

봄날

봄날

 

 

아파트 정원엔 봄꽃이 다 졌는데

태화산 골짜기에 와 보니

봄은 모두 거기에 모여 있었다.

사진에 담아 가 무얼 하려는가.

산은 붓으로 그리지 않아도

마음에 향기로 배어 있는 걸

새 소리 몇 소절에 꽃은 아직 피고 있어서

문득 내 인생의 봄날에

음각으로 도장 찍힌 사람을 생각하며

그냥 산이 되어 보았다.

기다림은

삶의 옷자락에 찍혀지는 무늬 같은 것

비웠다 생각하면 언제나 지우다 만

색연필자국처럼

초록으로 일어서는 당신,

신열처럼 세월의 갈피에

숨어 있다가

고향에 오면 끓어오르는 봄날이여!

 

posted by 청라

삼충사三忠祠의 문

삼충사三忠祠의 문

 

 

궁금하지도 않는가보다

뻐꾸기가 부르는데

굳게 잠겨있는 삼충사 문 밖에서

오월의 연초록 목소리로 두드려 본다.

사람은 바뀌어도 그 자리에 서면

모두가 의자왕이 되더라.

민중들의 목소리는 늘

허공에 흘러가는 바람이더라.

아프고 아픈 것들 철쭉꽃으로

피었다가 지는데

깨져버린 마음처럼

삼충사 문은 열릴 줄 모른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