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하나

수필/청라의 사색 채널 2017. 1. 1. 11:10

더 큰 하나

 

 

  “엄 시인, 나 좋아 죽겠어요.”

  토요일 오후였다. 대학 캠퍼스엔 늦가을이 깊어져 나무들은 모두 벌거벗은 채 서있고, 쥐꼬리만 한 햇살이 내려 비치는 불안한 날이었다. 문학축제장에서 만난 김 시인의 얼굴엔 즐거움이 흘러 넘쳤다.

  “뭔데요? 같이 좀 좋아합시다.”

  “아 글쎄 그 년이 지 애비 얼굴에 똥칠을 했지 뭐예요. 부녀가 같이 쪽박 차게 생겨서 나 요새 아주 살 맛 납니다.”

  가만히 들어보니 대통령 부녀 얘기다. 대통령이 실정을 해서 나라가 잘못되면 그게 즐거운 일인가. 어지럽고 시끄러워서 경제 상황도 나빠지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참 별 우스운 나라 다 있다고 비웃고 있는데, 외국 사람들에게 창피해 죽겠는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그게 좋아할 일인가. 나는 갑자기 짜증이 확 일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김시인! 어느 나라 국민이오? 대통령이 정치를 잘 해서 나라가 부강해져야 그게 좋아할 일이지, 잘못해서 이렇게 개판이 되었는데, 아니 그게 그리 즐겁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정상적이다.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국회의원은 국회의원대로 경제인들은 경제인들대로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각자 자기 위치에서 자기 할 일 완수하여 정치는 정치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바른 방향으로 씽씽 돌아가야 그게 즐거운 일 아닌가. 나라가 안정되고 살림이 풍족해져서 이웃을 칭찬하고 서로가 격려하는 아름다운 풍속이라야 그게 좋은 일 아닌가. 그런데 대통령이 정치를 잘못하여 나라가 도탄에 빠졌는데도 국회의원도 언론도 법관들도 국민들도 신나 죽겠다. 적의 실수로 얼음판이 깨져서 얼음판 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익사하게 생겼는데도 적이 물에 빠지는 것만 보고 좋아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대통령은 무능한 게 가장 큰 죄다. 조금쯤은 독재를 하더라도 국민들 모두를 자신의 품에 안고 번영의 길로 끌고 갈 사람이라야 진정 대통령의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 국민들은 참으로 복이 없다. 요 근래 나오는 대통령마다 국민들 제각각의 생각들을 하나로 녹여내어 큰 역량을 이끌어내는 용광로 같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웃나라의 시진핑이나 아베마저 부러워하고 있는 실정이니 더 말하여 무엇 하겠는가.

  다시 생각해보면 대통령만 탓할 일도 아니다. 국민들이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같은 일이라도 추구하는 바가 극과 극이니 대통령도 어느 장단에 춤을 추겠는가. 보수와 진보는 정치가들이 대권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나누어놓은 이념에 불과하다. 보수라고 낡은 질서만 고집하고, 진보라고 어디 실패한 나라인 북한에 편향된 사고를 고집하겠는가. 보수들은 수구적이기만 한 사고들을 개선하고 진보들은 지금까지와는 차별화된 나라의 백년대계를 위한 찬란한 비전을 확립하여 애국심이라는 하나의 용광로에 녹여내어 더 큰 하나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정치가들이 다음의 대권을 위해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자꾸만 갈등을 부추기려 하겠지만 현명한 국민들아 놀아나지 말자. 늙은이들은 어떻고 젊은 놈들은 어떠하다고 서로 욕하지 말자. 이 나라의 할아버지 할머니요 손자손녀가 아닌가. 전라도는 어떻고 경상도는 어떻다고 서로 헐뜯지 말자. 한 피를 물려받은 한 형제 한 자매 아닌가.

  우리들의 생존을 보호해주는 이 나라, 우리 후손들이 영원토록 살아갈 이 나라를 위해 어떻게 하면 더 큰 하나의 밑거름이 될까 이것 하나만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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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送信

송신送信

 

 

눈 내리는 저녁 좋은 사람과

복 지느러미 정종 한 잔 마셨습니다.

가슴에 가득 찼던 겨울바람도

안에서부터 따뜻해졌습니다.

술 한 모금 속에 담긴 복 지느러미 싸한 향기가

말초신경 끝에서 반짝 등을 켜들 때

좋은 사람아

빛의 산란散亂 속에서 춤추며 쌓이는 눈은

당신을 좀 더 잡고 싶은 내 마음입니다.

 

 

2016. 12. 30

<대전문학>75(2017년 봄호)

posted by 청라

이별

이별

 

 

사랑이 깨어지는 날

눈물 쏟아 무엇 하나

 

햇살 웃음 머금고서

손부채 내저으니

 

그 사람 떠난 자리에

꽃향기만 남았네.

 

 

2016. 12. 28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