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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계룡산
계룡산아!
속으로만 나직이 불러도 계룡산은
언제나 내 영혼 속에서 살아난다.
계룡산 보다 더 높은 산은 많지만
더 따뜻한 산은 없는 것 같다.
뾰쪽한 끝은 갈고 갈아
둥글게 하늘을 쓰다듬는 산봉
틈만 나면 박치기로 불을 지르는
양남兩南의 칼날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충청도 사람들의 마음 같지 않느냐.
골골마다 속으로 키워낸
투명한 물소리를 사방으로 내려 보내
세상의 갈증을 씻어내면서
충청도 사람들이 외로울 때
언제 어디서나 부르면
어머니 같고, 누님 같은
계룡산은 그 큰 품을 열어 꼬옥 안아준다.
2017. 7. 14
『대전문학』 2017년 가을호(77호)
글
사금파리
깨어진 것보다 더 아픈 일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움큼의 그리움만 채워도 흘러 넘쳐서
밤이 되어도
별을 담을 수 없는 것이다.
조각 난 사랑 감쪽같이 붙여보지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옛날로 돌아갈 수는 없다.
자갈 사이에 묻혀
변하지 않았다고 반짝거려도
닿는 것 모두 베어버릴 날 세운 이 몸으로는
당신 가까이 갈 수는 없다.
2017. 7. 4
2017년 가을호(121호)『문학사랑』
글
아버지
ᄒᆞ나
아버지 제삿날 저녁 생전의 사진 보니
지금의 내 모습이 거울 속에 비춰있네.
평소에 못마땅하던 것도 어찌 저리 닮았을까
2017, 6. 24
둘
불쌍한 사람 보면 그냥 못 지나가서
동장군 유난하던 정유 겨울 늦은 밤에
추위에 떨던 거지를 집안에 들이시니
2017, 7. 2
세
어머니 가슴에서 형님 뺏어 짊어지고
햇볕 고인 양지쪽에 돌무덤 만들고서
남몰래 쏟은 통곡에 도라지꽃 피었다.
2017. 7. 13
네
육이오 끝 무렵 왼손에 총을 맞아
굽은 손 모진 통증 평생을 살면서도
가족을 먹여 살리려 거친 땅을 일구셨지.
2017. 7. 18
다ᄉᆞᆺ
아버지 웃음 속엔 고뇌가 절반이다.
저녁에 돌아와서 환히 웃는 얼굴 뒤엔
세상에 휘둘리다 온 아픔이 녹아있다.
2017,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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