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음악회

작은 음악회

 

                         송은애의 '산다는 것은'에 다녀와서



오카리나 소리에

더욱 현란絢爛해지는 낙엽들의 춤

 

녹차 한 잔 마시며

음악 소리에 취하다 보면

나도 빨갛게 물들어 춤추는

늦가을 나비가 된다.

 

아름답게 산다는 것은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일이다.

 

지붕이 낮은 사람들의 마을엔

이미 겨울이 와 있지만

시를 태우고 노래를 태워

추위를 녹히려고 피워올리는 저 작은 기도

 

아이들의 박수 소리에

떨어지던 잎새들이 다시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었다.

 

 

2015. 11. 23

 

posted by 청라

삼척항에서

삼척항에서

 

 

달을 예인曳引하러 떠났던 배들이

만선滿船의 달빛을 바다에 부려놓았다.

파도의 근육들이

꿈틀거리며 일어선다.

나는 야성野性의 포말泡沫이 한눈에 보이는

선창가 횟집에서

바다의 살점을 씹어가면서

시든 젊음의 등잔에 불을 밝힌다.

! 바위의 심장에 뿌리박고

사랑으로 피어난

한 송이 해당화이고 싶어라.

금박의 꽃술마다 수로水路의 유혹으로 익어

불타는 열매를 맺고 싶어라.

오십천으로 떠내려 온 태백산

봉우리마다

한 등씩 반짝이는 별을 걸면서

모닥불처럼 뜨거운 정라항 열기에 취해

잠들지 못한다.

밤새도록 내 핏속에서

질주하는 대양의 바람소리가 들린다.

 

2015. 10. 29

<대전문학> 70호(2015년 가을호)

시문학598(20215월호)

 

posted by 청라

죽림竹林의 저녁

시조 2015. 10. 15. 15:21

죽림竹林의 저녁

 

 

있고 술 있으면

내 집이 죽림竹林이지

 

바람에 씻긴 달을

맛있게 시로 깎아

 

아끼는 술친구 불러

술안주로 내놓다.

 

 

2015. 10. 15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