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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달밤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어머니께서 안방에서 베짜는 소리
나는 마당에 누워 밤하늘 별을 세고
동생들은 소록소록 잠자는 달밤
귀뚤 귀뚤 귀뚤 귀뚤
귀뚜라미 풀숲에서 울어대는 밤
계수나무 아래서 떡방아를 찧던
아기 토끼들은 떡 먹으러 가는 밤
초등학교 5학년 때 지음
글
뱀이 더 놀랐겠네
보문산에 오르다
할머니 깜짝 놀라
태균아!
뱀뱀뱀뱀
정신없이 달아나는
뱀을 보며
할머니!
뱀이 더 놀랐겠네.
2015. 8. 25
글
일주문一株門에 기대어서
내 몸의 반은
사바에 걸치고
나머지 반쪽은
불계佛界에 들여놓고
일주문一株門에 기대어서
목탁소리 듣다가 보면
꽃이 지는 의미를 알 듯도 하다.
속세의 짐을 문 앞에 내려놓고
향내 따라 들어오라고
풍경소리 마중 왔지만
비우고 비워도
투명한 바람이 될 수 없는
업연業緣의 질긴 끈이여!
별이 내릴 때까지 흔들리다가
나는 양쪽으로 발 걸친
일주문 기둥이 되어버렸다.
2015. 8. 15
<동서문학>2015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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