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우정聽雨亭에서

청우정聽雨亭에서

 

 

솔 기둥에 기대어

빗소리를 듣는다.

 

칡넝쿨처럼 헝클어진

사념思念들이

빗질되어 말갛게 가라앉고

 

마곡천 물소리 속에 묻어온

독경讀經 소리에

한 송이씩 어두운 마음의 뜰을

밝히는 풀꽃

 

빗소리는

거울이다.

 

오랫동안 보이지 않던

내 안의 내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posted by 청라

 

 

사람들은 누구나

그리운 그림자 하나 키우며 산다.

선택하지 않은 길과

아직 오지 않은 사람

문득문득 피어나는 오색구름 같은

그리움은 늘 그리움으로 남겨두자.

오늘 우리가 걸어가는 길은

바람 불고 가시덤불 우거진

고갯길

뒤돌아보지는 말자.

바위 그늘에 앉아 그냥 그리워만 하자.

다시 돌아가기엔

우린 너무 멀리 와버렸다.

 

2016. 1. 25

posted by 청라

보리수나무

시조 2016. 1. 22. 09:16

보리수

 

 

아침에는 독경 소리 저녁에는 풍경 소리

법당 문에 귀 기울여 묵언 참선 하더니

깨달음 동그랗게 키워 초록 열매 달았다

 

내 안에 나를 익혀 서쪽으로 뻗은 가지

번뇌를 사르었다 법열이 타올랐다

황금빛 환희를 꿰어 염주 알을 엮는다

 

 

 

2015. 1. 22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