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시조 2015. 12. 5. 11:16

제비꽃


이파리 하나라도 들킬까봐 움츠리고

풀 뒤에 숨어 읊조리는 자줏빛 저 고백을

가다가 쪼그려 앉아 하염없이 듣고 있네.


2015. 12. 5


posted by 청라

동방의 횃불

-길림 문학사랑성립成立 5주년을 축하하며

 

 

눈 감으면 들린다.

삭풍 몰아치는 북녘 땅

하이란강 물소리와 말 달리는 소리가.

 

구국救國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선조들의 고귀한 씨앗

툰드라의 땅에 떨어져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서

거대한 화원花園을 이뤘나니

 

모든 것을 쇳물로 녹여

저희 몸에 덧입히는

중화中華의 불가마 속에서도

 

백두白頭의 얼 굳게 지켜

교목喬木처럼 둥치 키워가는

길림 문학사랑성립成立 5주년에 박수를 보내노라.

 

먼지처럼 쌓이고 쌓인 고난의 역사

자양분 삼아

어깨동무하고 오순도순 걷다가 보면

 

긴 겨울 매서운 칼바람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동방의 횃불로 서리.

 

posted by 청라

작은 음악회

작은 음악회

 

                         송은애의 '산다는 것은'에 다녀와서



오카리나 소리에

더욱 현란絢爛해지는 낙엽들의 춤

 

녹차 한 잔 마시며

음악 소리에 취하다 보면

나도 빨갛게 물들어 춤추는

늦가을 나비가 된다.

 

아름답게 산다는 것은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일이다.

 

지붕이 낮은 사람들의 마을엔

이미 겨울이 와 있지만

시를 태우고 노래를 태워

추위를 녹히려고 피워올리는 저 작은 기도

 

아이들의 박수 소리에

떨어지던 잎새들이 다시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었다.

 

 

2015. 11. 23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