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글
천수만에서
언젠가 숨 쉬는 것도 귀찮은 날이 오거든
생명줄 잘린 채로 억척스레 살아가는
천수만 날갯죽지에 삶의 한 조각 실어보게.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 사방 온통 막힌 남자
신생대부터 이어오던 리아스식 호흡들이
어느 날 흙 몇 삽으로 꽁꽁 묶여 버린 남자.
하늘빛 꿈 잃었다고 주저앉으면 남자더냐.
★사니질沙泥質 아랫도리에 새조개를 살게 하고
품 열어 오지랖 넓게 철새 노래 키운다.
바람기 많은 남자 중에 천수만이 제일이다.
가창오리 흑두루미도 품었던 품속에서
유유히 노랑부리저어새 털가슴을 고르고 있다.
누가 알리 갈적색 썩어가는 핏물 아픔
비 오는 날 갈대밭에 출렁이는 속울음을
해 뜨면 맑게 씻은 눈 속 깊은 저 아버지를.
★사니질 : 모래와 진흙이 섞여 있는 흙의 성질
2016. 1. 17
글
2016, 산골 마을
퀭한 골목
무너진 담
듬성듬성
불 꺼진 집
꼬부랑
할머니
혼자
고샅길
걸어가서
쾅쾅쾅
대문 두드려도
깨어날 줄
모르는 마을
2016. 1. 14
글
비둘기
-시장 풍경5
눈 녹는 시장 골목
비둘기는
맨발이다.
신발전 털신 한 짝
사 신기고 싶구나.
종종종
서둘러 가는
머리 위엔 하얀 눈발.
하루 종일 찍어 봐도
허기진 건
숙명이다.
싸전의 주인은
쌀알 한 톨 안 흘리네.
구구구
나직한 신음
핏빛으로 깨진 평화.
2016. 1. 12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