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마을 2

시/제3시집-춤바위 2011. 5. 15. 11:31

빈 마을

2


 

장다리골엔 봄이 왔어도

장다리꽃이 피지 않는다.

 

아이들 웃음소리 묻어나던

공회당 깃대 끝엔

찢어진 깃발처럼 구름 한 조각 걸려있고,

 

사립문 열릴 때마다 문을 나서는 건

허리 굽은

바람…….

 

장다리꽃 기다리다 지친

나비는

움찔움찔 떨면서 경운기 뒤를 따라간다.

 

뒷산 산 그림자 멈춰 서서

시간이 늦게 흐르는 마을,


2011. 5. 15

posted by 청라

빈 마을

시/제3시집-춤바위 2011. 4. 24. 07:43

빈 마을

 

심심한 까치가

호들갑스레 울다 간 후

 

느티나무 혼자 지키고 선

빈 마을의 적막,

 

바람의 빗자루가

퀭한 골목을 쓸고 있다.

 

사립문 굳게 닫힌 골목의

마지막 집에


하염없이 머물다 가는

낮달의

창백한 시선


보아주는 사람도 없는

살구꽃 꽃등은 타오르는데…….

 

2011. 4. 24

 

 

 

 


posted by 청라

대보름달

시/제3시집-춤바위 2011. 2. 20. 22:19

 

대보름달



껍질을 깎을 것도 없이

날 시린 바람의 칼로 한 조각 잘라 내어

아내의 생일상에 올려놓고 싶다.


한 점 베어 물면

용암처럼 뜨겁고 상큼한 과즙(果汁)이 솟아나리.


이순의 문턱에서

검버섯으로 피어난 속앓이를 씻어줄

대보름달 같은 웃음을 보고 싶다.



2011. 2. 18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