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앞에서

절망 앞에서

 

 

 송 작가 거실 벽에는

 죽어가는 바다가 걸려 있다. 

 조가비 딱지마다 한 몸인 양 기름이 엉겨 붙고, 갈매기 몇 마리는 타르의 밧줄에 묶여 박제剝製가 되었다. 한 쪽 눈만 겨우 자유를 지켜낸 갈매기 눈망울에 담긴 해안선, 바다의 온몸에는 버섯처럼 부스럼이 돋아났다. 바위도 나무도 온 세상이 겨울 빛으로 가라앉았다. 

 넓게 자리 잡은 바다의 절망에선

 하루 종일 한숨처럼 수포水疱가 떠올랐다.

 

 

2021. 3. 15

 

posted by 청라

고래를 조문弔問하다

 

 

 

해무海霧 접힌 후에야 알았네.

어젯밤 바다가 왜 그리 숨죽이고

흐느꼈는지.

 

9,5m 길이의 몸에

5,9kg 플라스틱을 채우고

허연 배를 드러낸 채

누워있는 향고래

 

어미는 심해의 어둠 속을 헤매며

목메어 부르고 있을게다.

울다 울다 눈물이 말라

피를 흘리고 있을 게다.

 

저녁노을 삼베옷처럼 차려입고

을 하는 바다

갈매기 목소리 빌려

나도 고래를 조문弔問하네.

 

posted by 청라

적조赤潮

적조赤潮

 

 

심한 멍 자국 짓물러

바다의 신음은

온통 열꽃 빛이다.

 

돌아누울 힘도 없어서

혼절한 채 끙끙대는

파도는 온통 앓는 소리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