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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내려가는 길
인생길 내려가다가
길가 풀밭에 편하게 앉아
풀꽃들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서두를 일이 없어서 참 좋다.
올라가는 길에는 왜 못 들었을까
바람에 나부끼는
작은 생명들의 속삭임
올라가는 길에서는
왜 못 보았을까
반겨주는 것들의 저 반짝이는 눈웃음
아지랑이 봄날에는 투명한 게 없었지.
서둘러 올라가
하늘 곁에 서고 싶었지.
모든 걸 내려놓고 앉은 후에야
아름다운 것 아름답게 보고 듣는
눈귀가 열려
노을에 물들면 노을이 되고
가을에 물들면
가을이 된다.
2021. 5. 5
『대전문학』93호(2021년 가을호)
글
아마릴리스
햇살 같은 웃음으로
어머니 다녀간 걸
시든 후에야 알았네.
뒷모습만 보았네.
절절히 그리운 채로
미라가 된 꽃잎이여
글
고사古寺에서
사랑은 저 대웅전 단청처럼
목탁소리 쌓여서
바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염불하는 저 노승의 얼굴처럼
풍경소리에 쓸린다고
자글자글 주름만 파여지는 것이 아니다.
옅어지며 법당의 향내가 묻어
더욱 익숙해지고 정이 가는 것
갈피마다 세월이 익어
더욱 깊어지는 것
소나무 길로 둘이 손잡고 걸어가면
넘어가는 노을도
지나온 발자국을 식지 않게 덮어주는 것
『문학사랑』137호(2021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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