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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자목련
허공 한 점에 초경初經이 비치더니
빛보다 소리보다
향기가 먼저 익어
선명한
진통의 빛깔
빅뱅으로 열린 우주
2021. 1. 8
글
새해의 기원
새해에는
웃을 일만 생기소서.
가족들 모두 모여 사는
올해 삶의 뜰에
부디 박수칠 일만 생기소서.
그리하여
당신에게도, 당신을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햇살처럼 눈부시게
행복할 일만 생기소서.
정축년 초하루
엄기창 올림
글
나릿골 사랑
아직 사랑하는 사람 만나지 못했으면
나릿골 감성마을
비탈진 언덕길 올라가 보아라.
골목이 끝나는 마지막 집에
요것조것 다 따지는 요즘 식 사랑 아니라
첫눈에 반하면 와락 안겨오는 옛날 식 사랑
한 사람 만날지 모르지.
러브레터로 떠오르는 달을 몰고 들어가
갈매기 목청을 빌려 진한 고백 한번 해 보아라.
해풍에 씻기고 씻긴 솔빛 사랑을
그 사람 가슴에 깊이깊이 심어놓아라.
촌스러워 더 정이 가는 알록달록한 지붕 아래
마지막 배가 들어오고
방파제 그늘 속으로 하루가 접히면
고단함도 때로는 낭만이 되기도 하지
소주 한 잔에 안주는 짭조름한 파돗소리
노래는 주인이 부르고
손님은 바다에 취하고
천 년을 해풍에 익은 해송의 춤 자락에 묻어
밤 내 사랑을 익히고 익히어라.
여명이 밝아오면 해당화로 피게
가슴을 들썩여 불을 지피거라.
실직국悉直國 사람들은 눈 감아도 알지.
순박한 눈빛에서 생선 비린내가 풍기는 걸
새벽으로 해를 씻어 안고 내려오는
정다운 계단마다
햇살처럼 고이는 헌화가獻花歌 가락…
2020. 12. 27
『시문학』598호(202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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