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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찔레꽃 피던 날
찔레, 싱아 꺾어 먹다
소쩍새 소리에 더 허기져서
삶은 보리쌀 소쿠리로 달려가
반 수저씩 맛보다가
에라, 모르겠다.
밥보자기 치워놓고
정신없이 퍼먹다 보니
밥 소쿠리 텅 비었네.
서녘 산 그림자 성큼성큼 내려올 때
일 나갔던 아버지 무서워
덤불 뒤에 숨어 보던
창백한 낮달 같은 얼굴
하얀 찔레꽃….
글
계룡의 숨결
누구를 사랑하기에 저 간절한 몸짓인가
이 골 저 골 물소리로 가냘픈 것들 보듬어 안아
백설이 분분한 시절에도 초록 띠를 둘렀다.
저녁이면 목탁소리 산 아래 마을 씻어주네.
솔향기 꽃빛 노을 봉송奉送처럼 싸서 보내
충청도 처맛가마다 깃발처럼 걸린 평화
산봉마다 둥글둥글 원만한 저 모습이
삼남을 아우르는 충청도 사랑이라
계룡의 저 높은 숨결 충청인의 기상이라.
2020. 12. 19
『시조사랑』20호(2021년 봄호)
글
어머니라는 이름
세상에 제일 아름다운 이름은
어머니다.
쪽진 머리
아주까리기름 발라서 곱게 빗고
하얀 옥양목 치마저고리가 백목련 같던
어머니다.
찔레꽃 필 무렵 보릿고개에
식구들 모두 점심을 굶을 때에도
책보를 펼쳐보면 보리누룽지
몰래 숨겨 싸주신
어머니다.
자식의 앞길을 빌어준다고
찬 서리 내리는 가을 달밤에
장독대 앞에서 손 모아 빌고 있다가
하루 종일 콜록대던
어머니다.
타향에서 서러운 일을 당할 때마다
고향의 품으로 달려가고 싶을 때마다
된장찌개 냄새처럼 제일 먼저 떠오르던
어머니, 어머니
부를수록 그리워지는
세상에서 제일 향기로운 이름이 바로
어머니다.
2020.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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