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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유등천의 가을
두루미 한 마리가
먼 산을 보고 있다.
한 다리로 지탱하는
외로움의 무게만큼
두루미 길게 늘인 목
기다림의 절절한 길이
한 달 째 오지 않아
옆구리에 퀭한 바람
보여줄 코스모스
피었다 다 지는데
휘도는 구름 그림자
물소리에 익는 적막
글
삶
꽃 지는 날 있으면
꽃 피는 날 오고
눈물 이운 자리에는
환한 웃음이 핀다.
그대여, 오늘 막막하다고
아주 쓰러지진 말게나.
삶은 늘 출렁이는
파도 같은 것
2020. 9. 21
글
바다가 보이는 언덕의 찻집에서
그리움은
그리움으로 남아있을 때 아름답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의 찻집에서
두 잔의 커피를 시켜놓고
홀로 커피를 마신다.
외로움이 커피 향으로 묻어난다.
창밖 먼 바다엔 어디로 가는지
배 한 척 멀어지고
유리창에
갈매기 소리들이 부딪혀 떨어진다.
이별을 말하던 날 빛나던 해당화는
다홍빛이 아직 다 바래지 않았는데
나는 왜 노을 지는 저녁이면 여기에 와서
쓸쓸히 바다에 취해있는가.
주인 없는 찻잔을 바라보며
긴 한숨 내뱉으면
그리움은 사랑보다도 달콤하다.
2020. 9. 11
『문학사랑』134호(2020년 겨울호)
『시문학』598호(202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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