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古寺에서

 

 

사랑은 저 대웅전 단청처럼

목탁소리 쌓여서

바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염불하는 저 노승의 얼굴처럼

풍경소리에 쓸린다고

자글자글 주름만 파여지는 것이 아니다.

 

옅어지며 법당의 향내가 묻어

더욱 익숙해지고 정이 가는 것

갈피마다 세월이 익어

더욱 깊어지는 것

 

소나무 길로 둘이 손잡고 걸어가면

넘어가는 노을도

지나온 발자국을 식지 않게 덮어주는 것

 

문학사랑137(2021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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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겨울

시조/제3시조집 2021. 3. 19. 10:00

산사의 겨울

 

 

산사의 소나무는

겨울에도 꽃을 피운다.

 

목탁소리

씻고 씻어

순결처럼 맑은 게송偈頌

 

눈 감고 혼을 벼린다.

만수향내 입힌다.

 

 

2021. 3. 19

 

posted by 청라

산사의 가을

시조/제3시조집 2021. 3. 19. 09:41

산사의 가을

 

 

인가의 비린내가

산문에 막혀있다.

 

오늘도 돌부처는

따뜻하게 웃고 있네.

 

세상은 어지러워도

믿음으로 얻은 평화

 

 

사바와 불계가

산문으로 나눠질까

 

산 속의 저녁놀은

속세까지 이어졌네.

 

온세상 부처님 말씀으로

새빨갛게 익은 가을

 

 

2021. 3. 19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