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의 하루

시/제3시집-춤바위 2007. 3. 9. 22:51

논산의 하루


淸羅 嚴基昌
논산에 와서
하루만 살아 보게.

새벽은
은진 미륵불 입가에 번지는
미소로부터 열리고

금강에서 일어선 역사의 바람들은
득안땅을 아우르다가
노성산성에 와서 돌이끼가 되네.

점심 녘 논두렁길 걷다가
들판처럼 가슴 넓은 사람들과
막걸리 한 잔 나눠 마시게.

구수한 입담 속에 햇살처럼
번득이며
핏줄로 이어오는 호국의 정신.

논산의 저녁은
황산벌에 떨어진 꽃다운 원혼들 두런대는
풀꽃 그늘로 진다네.
posted by 청라

내가 만일 바람이라면

시/제3시집-춤바위 2007. 3. 8. 21:28

내가 만일 바람이라면


淸羅 嚴基昌
내가 만일 바람이라면
사비성 그 마을에 와선
더 오래 머무르겠네.

왕궁 터 부서진 기와 조각
부서져도 지워지지 않는
백제의 미소 위를 어른거리다가

궁남지 연꽃 속에 향기로 머무는
서동의 숨결 속에
녹아들겠네.

백마강 큰 가슴이 달을 품는 밤
고란사 종소리 실어
잠 못 드는 사람들 베갯머리로 보내주고

낙화암 절벽 위에
한 잎씩 떨어지는 진달래꽃잎
삼천궁녀의 짙붉은 흐느낌을 보겠네.

내가 만일 바람이라면
사비의 하늘 오래오래 떠돌다가
아무데도 가지 않겠네.

부소산성 돌 틈마다 눈물로 돋아
천 년의 세월을 외치고 있는
돌이끼에 초록으로 앉아 역사가 되겠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