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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2.05 미라가 된 바다
- 2021.12.04 바다는 온몸이 아프다
- 2021.12.03 대왕거북이의 노래
- 2021.12.03 북극곰의 눈물
- 2021.10.19 일그러진 유화油畫
- 2021.08.16 바다는 눈뜨고 자는가
- 2021.08.13 대양大洋이 뿔났다
- 2021.08.10 그 여자의 뜰
- 2021.08.06 절망 앞에서
- 2021.08.04 고래를 조문弔問하다
글
미라가 된 바다
방조제들이 쇠사슬처럼
바다의 자유를 결박結縛하고 있다.
폐경기의 달거리 빛으로
바다는 노을을 베고 잠들어 있다.
방조제 밖의 물들은 까치발 서서
안쪽의 물들을 보며
격려의 박수를 치고 있지만
먼 바다로 나가지 못하는 소망들이
조금씩 수척해지며
미라가 된 바다.
숨죽은 물결 소리 깨어진 칼날이 되어
새만금의 일몰日沒을 찢고 있었다.
글
바다는 온몸이 아프다
바다의 웃음 속엔 가시가 있다.
수만 년 동안 사람과 함께 해온 어깨동무를 풀고 있다.
후쿠시마라던가, 방사능의 촉수들이 슬금슬금 기어 나와 바다에 멍에를 씌우고, 아프게 하고, 결국은 결별訣別의 손을 흔들게 만든 곳
산리쿠 앞바다는 지금도 죽고 있다.
갈매기들도 악을 쓰고 울지만 마음 놓고 울 힘이 없다.
허리 휜 물고기들이 정상定常으로 보이는 바다, 사람들을 믿었다가 불치의 병을 얻은 바다
바다는 지금 꿈틀거리며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글
대왕거북이의 노래
오래 산다는 것은
큰 산 하나 등에 지는 일이다,
세월의 무게만큼
더 무거워진 산은
등껍질에 굳은살을 옹이처럼 박아놓는다.
어제까지 학처럼 고고하게
춤추던 바다
어둠에서도 빛이 나던 심해深海의 평화여!
어떤 것은 싹을 틔워
노래가 되는 것이 있다.
어떤 것은 꽃을 피워 사랑이 되는 것도 있다.
노래도 사랑도 되지 못하고
단단한 물의 방어력을 허물고 들어와
상어처럼 억 년의 고요를 물어뜯는
인간의 붉은 손자국
비닐봉지는 투라치 되어
유유하게 선회하는 날개를 달고
플라스틱 병들은 뱀파이어 오징어처럼
파란 눈을 번득이며 자연의 균형을 허물고 있다.
대왕거북이 일생은 물거품처럼 부서지고
흥얼흥얼 입가에 꽃으로 피었던 노래
울음으로 시들었다.
천 년을 산다는 것은
우주만한 형벌 하나 가슴에 품는 일이다.
글
북극곰의 눈물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곰의 평화도 얼음처럼 깨어졌다.
고리무늬물범을 잡으려고
하루 종일 설원을 헤매다가
어미는 바람만 가득 마시고 돌아왔다.
미역 쪼가리만 먹은 몸으로는
허기진 여름을 날 수가 없다.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새끼 옆에서
어미는 바다를 보고 크게 울었다.
온실가스로 덮인 세상
날마다 수척해지는 지구
오늘 북극곰은
멸종 위기 종 장부에 올랐다.
글
일그러진 유화油畫
새벽 갈매기 소리나 듣자고
손자 손 붙잡고 들어선 해수욕장엔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덧없이 버리고 간
지난밤 젊은이들의 유희遊戲의 흔적
우리는 하나씩 비닐봉지에 주워 담았다.
씨팔놈들 씨팔놈들
파도가 이만큼 들어와
욕하고 물러났다.
일곱 살 아이의
해맑은 도화지 위에
오래 남아있을 일그러진 유화油畫
햇살처럼 반짝이는 갈매기 소리가
파편破片이 되어
가슴을 찌르고 있었다.
2021. 3. 20
글
바다는 눈뜨고 자는가
여수 앞바다가 빨갛게 각혈咯血하던 날
포구엔
바다로 나가지 못한
작은 배들만 옹기종기 모여 있고
가자미식혜를 잘 하는
이북할머니네 막걸리 집엔
바다 사내들만 푸념을 나누어 마시고 있다.
황토黃土를 실은 배들이
부지런히 항구를 드나들지만
뿌리고 또 뿌려봐야 새 발의 피
바다의 피부가 워낙 부스럼투성이라서
바람도 깨금발로 물을 건너고 있다.
김 서방네 양식장엔
벌써 우럭 새끼가 하얗게 떠올랐단다.
쑤시고 아픈 데가 너무 많아서
바다는 밤새도록 눈뜨고 자는가.
2021. 3. 16
글
대양大洋이 뿔났다
중앙 인도양을 달리다가 보면
대양大洋이 뿔났다.
칼스버그 해령海嶺이 로드리게스 섬에서
아덴만까지
섬 하나 없이 봉우리 문질러놓고
성질나는 밤이면 우르르 우르르
해저를 흔들며 으르렁댄다.
바다는 사막沙漠이다.
형형색색 빛나던 산호의 노래도
온난화溫暖化의 발톱에 찢기어 간다.
고국故國 남쪽 바다에 동백꽃이 핀 게 언젠데
뿔난 바다는
아직도 겨울을 벗지 못했다.
2021. 3. 6
글
그 여자의 뜰
정이 많은 여자는
아랫도리에서 언제나 진물이 흐른다.
겨울보다는 봄이 많이 머무는
그 여자의 뜰엔
탱자나무처럼 가시를 감춘 꽃들이 먼저 피었다.
바닷바람이 불러서 갔다는
남편은 세월 속에 지워지고
그 여자의 뜰이 황폐해질 때쯤
돌담이 무너졌다.
너무도 허기져서
이것저것 안 가리고 다 받아들인 바다처럼
그녀의 배는 탱탱해졌다.
그 여자의 뜰에는
파도가 산다.
뒤척이면 그냥 출렁대는 신음이 산다.
2021. 4. 17
글
절망 앞에서
송 작가 거실 벽에는
죽어가는 바다가 걸려 있다.
조가비 딱지마다 한 몸인 양 기름이 엉겨 붙고, 갈매기 몇 마리는 타르의 밧줄에 묶여 박제剝製가 되었다. 한 쪽 눈만 겨우 자유를 지켜낸 갈매기 눈망울에 담긴 해안선, 바다의 온몸에는 버섯처럼 부스럼이 돋아났다. 바위도 나무도 온 세상이 겨울 빛으로 가라앉았다.
넓게 자리 잡은 바다의 절망에선
하루 종일 한숨처럼 수포水疱가 떠올랐다.
2021. 3. 15
글
고래를 조문弔問하다
해무海霧 접힌 후에야 알았네.
어젯밤 바다가 왜 그리 숨죽이고
흐느꼈는지.
9,5m 길이의 몸에
5,9kg 플라스틱을 채우고
허연 배를 드러낸 채
누워있는 향고래
어미는 심해의 어둠 속을 헤매며
목메어 부르고 있을게다.
울다 울다 눈물이 말라
피를 흘리고 있을 게다.
저녁노을 삼베옷처럼 차려입고
곡哭을 하는 바다
갈매기 목소리 빌려
나도 고래를 조문弔問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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